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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 여학생도 남학생 뺨치는 욕, 욕

2011/10/06 03:17:39

문제아, 모범생 가릴 것 없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욕설이 도를 넘어 국어파괴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학생들이 남학생 못지않게 욕을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총이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전국의 초·중·고교생 338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자주 또는 습관적으로 욕을 사용한다"고 답한 학생이 남학생은 32%, 여학생은 26%로 나타났다.

여학생들이 사용하는 욕의 종류도 남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1월 서울·경기 지역 8개 초·중·고교 18개 학급 학생들의 대화를 녹음해 욕의 거친 정도에 따라 사용 빈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발년(놈)·개새끼·×되다·×쌔끼·쌍년' 등 가장 거친 욕(강도 5)을 남학생은 529회, 여학생은 328회 사용했다. 또 '×나, 병신, 지랄, 닥쳐, 개놈, 년, 따까리, 미친새끼' 등 그다음으로 거친 욕(강도 4)은 남학생 629회, 여학생은 433회 사용했다. 거친 정도가 가장 낮은 편인 '쩔다, 변태, 멍청이, 쪽팔리다, 돋다' 등의 욕은 오히려 여학생(250회)이 남학생(201회)보다 더 많이 사용했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남녀 공학이 늘어나면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게 뒤지지 않고 기죽지 않으려고 맞서서 욕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학생들이 어릴 적 가정교육을 충분히 받기 전에 인터넷과 TV 등 매체에 노출된 것이 남학생 못지않게 욕을 많이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 강모(10)양도 내성적인 편이지만 컴퓨터 게임과 채팅을 하면서 욕을 수시로 사용한다. "×발, 뭐라고 하는 거야" "×라 못하네" "미친, 거북이냐" "지랄하네" 등이 강양이 게임을 하면서 채팅 창에 쓰는 말이다. 강양의 어머니 이모씨는 "얼마 전 아이가 함께 외출하려는 할머니가 준비를 늦게 하시자 '아, ×발, 미친 거 아냐. 할머니 왜 안 나와요, 어이상실'이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며 "올해부터 컴퓨터 게임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욕이 마구 늘었다"고 말했다.

'욕 안 하는 학교' 운동을 하고 있는 서울 상원중학교 천영숙 교감은 "학교, 가정, 사회가 다 함께 아이들의 잘못된 언어를 바로잡기 위한 캠페인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들이 욕을 사용할 때마다 따끔하게 꾸짖고 바른말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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