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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떠난 딸이 드리는 겁니다"

2011/10/05 03:03:23

혜선씨는 졸업을 한 학기 남긴 지난해 8월, 미국 수의사 시험을 치른 뒤 친구들과 공중방역근무의로 일하는 친구들을 만나러 강원도 고성에 다녀오다가 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했다. 머리를 크게 다쳐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혜선씨는 수의대 6년 내내 학과 수석을 독차지한 우등생이었다. 재작년엔 미국 버지니아 공대 교환학생으로도 갔다 왔다. 김휘율 수의과대학장은 "최종 학기에 치르는 국내 수의사 국가고시에서 수석을 기대했을 정도로 우수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성적이 좋아 등록금 전액 감면 장학금을 받던 혜선씨는 부모에게 "더 힘들게 공부하는 친구도 많은데 내가 받아 미안하다"며 "수의사가 되면 후배들을 위해 꼭 장학금을 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 유씨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사랑하고, 마음 씀씀이가 예뻤던 딸"이라고 말했다.

사고 20일 뒤 혜선씨 앞으로 미국 수의사시험 합격 통지서가 왔다. 부부는 딸의 미국 생활을 위해 준비했던 돈에 사고 보상금을 합쳐서 1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혜선씨가 사용하던 전공서적과 도서도 모두 기증했다. 건국대는 이 돈을 '유혜선 장학기금'으로 이름 짓고 수의학과 학생 중 형편이 어렵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건국대는 내년 2월 학위수여식 때 유혜선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누가 이 장학금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우리 딸이 못 이룬 수의사 꿈을 이뤄주길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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