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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들락거리며 욕설 천지, 인터넷 안티카페 1000여개

2011/10/05 03:03:18

서울의 중학교 여교사 A씨는 최근 자기 반 학생이 받은 '니네 담순이 오늘 ㅈㄴ 은꼴이더라 ㅁㅊ놈아 ㅈㄹ'이란 문자메시지를 보고 할 말을 잊었다.

'담순이'는 여성 담임교사를 지칭하는 말이고 'ㅁㅊ놈'과 'ㅈㄴ' 'ㅈㄹ'은 각각 '미친놈'과 '×나' '지랄'을 표현한 것이리라 생각했다. '은꼴'이란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A씨는 문자를 보낸 학생을 불러 추궁한 끝에야 '은근히 ×린다'의 줄임말인 걸 알고 기겁을 했다. "인터넷에선 다들 쓰는 말인데요…." 그런 말을 쓰고도 학생들은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일상어가 돼버린 욕설들

'ㄷㅊ(닥쳐)' 'ㅅㅂ(×발)' 'ㅂㅅ(병신)'처럼 한글의 초성(初聲)만으로 줄여 쓰거나 '꼬댕이(공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는 학생)' '네가지(싸가지)' '조낸(×나의 변형)' '쩐다(대단하다·짜증난다)' 같은 표현을 아예 일상용어로 여기고 했다.

'凸(가운뎃손가락을 드는 욕)' 'ㅈㄲ(×까)' '이뭐병(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여병추(여기 병신 하나 추가요)' '정줄놓(정신줄 놓았구나)' '볍신(병신)' '병맛(병신같은 맛)' '려차(영어 f××k를 한글 자판으로 친 것)' '빡친다(짜증 나게 한다)' '개드립친다(터무니없는 언행을 한다, 개+adlib)' '십덕후(마니아를 비하하는 말, 일어 오타쿠의 변형)' '충공깽(충격과 공포다 거지깽깽이들아)' 같은 말들은 온라인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 사이에 한글 파괴, 언어 파괴와 정서 파괴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장을 지낸 이상규 경북대 교수는 "인터넷 등을 통한 욕설은 실제로 말로 하는 욕설보다 더 자연스럽게 쓰이며, 결국 언어구조를 무너뜨리고 사회적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한다"며 "학교에서도 다매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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