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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샘이 들려주는 한국사이야기] '시간·절기를 정확히 알아야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겠지?' 온 백성이 시간을 알도록 과학적 장치를 만들라!

2011/09/25 16:59:26

◆장영실, 시계 발명으로 신분 상승 이뤄

조선시대 땐 시간(時間) 대신 시(時)란 말을 사용했어. 시는 고대 중국 요나라 시절, 천문을 관측하던 관리의 이름이었다고 해. 당시 사람들은 그 관리처럼 낮엔 해의 위치나 그림자의 길이를, 밤엔 별자리를 통해 시간을 짐작했어.

시계가 본격적으로 발명된 건 제4대 임금 세종(1397~1450년) 때 과학자 장영실(생몰연대 미상)에 의해서였어. 천민 출신이었던 장영실은 물건을 고치거나 만드는 데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었어. 그의 능력은 정확한 시간과 절기를 알아내어 백성들의 농사일에 도움을 주려던 세종의 생각과 맞아 떨어졌지. 백성들이 일하고 잠자는 때, 씨 뿌리고 수확하는 때를 알려주는 건 왕의 주요 임무였거든.

마침내 장영실은 앙부일구(仰釜日晷)란 이름의 해시계를 발명했어. 앙부일구란 ‘솥이 하늘을 보고 있는 모양의 해시계’란 뜻이야. 둥근 지구를 나타낸 솥 모양 한가운데 침이 솟아 있어 그 그림자를 통해 절기와 시간을 알 수 있는 구조였지. 시각선엔 ‘까막눈 백성’들을 위해 열두 띠(12지신)의 동물 그림도 그려 넣었어.<일러스트 참조>

1434년(세종 16년) 세종은 지금의 서울 광화문 네거리와 종묘 앞에 이 해시계를 설치했어. 말하자면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 시계’인 셈이지. 하지만 해시계는 흐리거나 비 오는 날, 그리고 밤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어. 물론 밤엔 물시계가 있어 담당 군사가 시간을 알려주긴 했지만 말이야. 졸음을 참지 못한 군사가 시간을 제때 알려주지 못해 처벌 받는 일이 잦은 것도 문제였어.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세종은 장영실 등에게 “날씨와 관계 없이 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명령했어. 이에 장영실은 중국과 아라비아의 시계 기술을 활용해 독창적 시계 자격루(自擊漏)를 만들었단다.

자격루는 ‘자동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란 뜻이야. △시간을 측정하는 물시계(물 항아리 부분) △물시계로 측정한 시간을 종·북·징소리로 바꿔주는 시보장치(종·북·징을 치는 인형 부분) △물시계와 시보장치를 연결해주는 신호 발생 장치 방목(두 개의 네모 기둥·잣대)로 구성돼 있었어. 마치 뻐꾸기시계처럼 일정한 시각이 되면 징과 북, 종을 울리고 12지신 인형이 나타나며 눈과 귀로 동시에 시간을 알려줬지.

이후 자격루는 조선의 표준 시계로 사용됐단다. 장영실은 앙부일구와 자격루 등을 발명한 공로를 인정 받아 양반으로 신분이 상승됐어. 신분을 중시하던 조선에선 무척 파격적인 조치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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