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5 16:39:00
[프로 바둑기사 김기원군] 왕복 2시간 버스 타고 도장 다니며 부모 설득
매일 아침, 또래 친구들이 학교 책상에 앉을 때, 김기원(18·서울 충암고3)군은 바둑판을 마주한다. 일곱 살 무렵 동네 어린이바둑교실에서 처음 바둑을 배웠을 때부터 김군은 프로 바둑기사를 꿈꿨다. 어머니 노희선(48)씨는 “바둑기사는 워낙 힘들고 좁은 길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아이의 열정을 보고 허락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일부러 집에서 멀리 떨어진 전문 바둑도장에 보냈어요. 혼자 버스를 타고 왕복 두 시간 이상 다니는 것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아이가 바둑을 좋아하는지 알아보려고 했죠. 또 전문도장을 통해 재능도 확인하고 싶었어요. 불평 한 마디 없이 전문도장을 즐겁게 다니는 모습을 보고, 결국 우리 가족이 전문도장 근처로 이사했어요.”
초등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한국기원에서 연구생으로 생활한 김군은 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았다. 한국기원의 연구생 제도는 전국에서 120명을 선발, 12명씩 10개조로 나눠 한 달씩 리그를 치르고, 성적에 따라 매달 조를 바꾼다. 그달 성적이 나쁘면 아래 조로 떨어지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김군은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제 대국 내용을 되짚어보면서 실력이 오르는 것을 확인할 때 보람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한한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의 매력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김군은 고교 1학년 때 프로에 입문, 지금은 3단의 프로기사(한국 바둑랭킹 29위)가 됐다. 어머니 노씨는 “부모는 아이를 잘 관찰하며,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조바심을 갖지 말고 아이의 성장을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