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5 16:08:37
[4년차 베테랑 선배맘]
"일정한 장소, 모임을 이끄는 리더의 존재 중요"
봉원중학교(서울 관악구)에는 2개의 학부모 독서토론 동아리가 있다. 선배 격인 혜윰나래는 올해로 4년째 접어드는 베테랑 동아리다. 이제는 졸업생 자녀를 둔 경우가 대다수지만, 격주 1회 모임을 고수하고 있다.
모임의 리더인 호경환 회장은 "순수하게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으로 시작했다. 모임을 통해 아이들 성적에 대한 이야기나 학교 정보 등을 얻으려는 의도로 시작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 독서토론 동아리를 만들 때 가장 고민되는 점은 장소다. 정예경씨는 "졸업생 엄마들임에도 4년째 모임을 이어온 가장 큰 요인은 학교라는 일정한 장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학교를 활용할 수 없는 경우라면 토론전용 카페나 아파트 단지 내 동아리방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모임을 이끄는 리더. 혜윰나래 회원들은 "책을 선정하고, 주기적으로 문자 등 모임에 관련된 정보를 주고, 책과 관련된 사회적 배경을 설명해 주는 사람의 역할이 동아리를 활성화시킨다"고 했다. 혜윰나래 회원들 주변에도 학부모 독서토론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엄마들이 많다고 한다.
윤순남씨는 "독서토론 모임을 갖고자 하는 엄마들의 열망은 누구나 있다. 하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처음에는 아이를 위해 책을 잡지만 혼자 하다 보면 작심삼일이 되고 만다. 그에 비해 모임은 회원들과의 약속이자 자신과의 약속이다. 용기를 내서 주변 엄마들과 소규모라도 좋으니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천도서는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쉽고 재밌는 책부터 시작했지만, 요즘은 사회 이슈와 연관된 도서도 많이 읽는다.
이경희씨는 "사회비판 도서를 싫어했지만 모임을 통해 다방면의 책을 두루 읽는 법을 알게 됐다. 또 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 아이에게 잔소리도 줄어들었다"고 했다.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한다. 진선미씨는 "학교에서 가족을 소개하는 시간이면 늘 첫 줄에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하십니다'라고 쓰던 아이가 '우리 엄마는 엄마 전용 책꽂이가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시고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을 즐기십니다'로 바꿨다. 책 읽는 모습 자체가 맹모삼천지교가 된 셈"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