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래 영화감독을 꿈꾸며 철학과에 합격한 김남윤군에게는 이 같은 생소한 전형 방식이 낯설지 않았다. "어느 한 순간 영화감독과 철학을 하겠다는 꿈이 생긴 것이 아니다. 평소 내 능력과 역량을 드러낼 좋은 기회로 여기고 즐기고자 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직접 영화 동아리를 창단하기도 했던 김 군은 학창시절 총 3편의 영화와 1편의 연극, 다수의 시나리오를 창작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인문학, 철학으로 이어졌다. 자기소개서에서 철학적 성찰과 영화 제작의 접점 설명에 주력한 그는 "박찬욱 감독이 철학과 출신이다. 작품성으로 평가받는 감독들의 공통점은 미학이나 철학, 사회과학 등 영화를 설명하는 지적기반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감독을 꿈꾸면서 철학과에 지원한 이유다.
김 군은 자신의 합격 비결로 '창의 에세이'를 꼽았다. 그는 "평소 습관적으로 해왔던 글쓰기, 시나리오 창작 경험으로 '창의'라는 키워드에 맞게 최대한 신선하게 접근하려 했다"고 말했다. 세종대왕과 외계인의 만남은 영화 시나리오 시놉시스(간단한 줄거리 글)와 같은 형태로 꾸몄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세종대왕과 외계인을 대비시켜 다원화 사회의 사회통합을 주제로 삼았다. 단어 연상 문제는 '실패' '마음' '운명' '반전' '성공'을 키워드로 정해 다른 단어지만 상호보완적 연계성을 나타내는 식으로 서술했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였던 것도 도움이 됐다. 김 군은 "사물이나 현상을 볼 때 남들이 보지 않는 부분을 보거나 다각도로 관찰하고 비판해보라. 다양한 분야의 독서와 신문 사설이 도움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래전부터 일관된 꿈을 키워왔고, 구체적인 포부가 있으면 스펙의 여부를 떠나 수시에선 유리하다고 봐요. 따라서 자신을 성찰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반드시 전제돼야 합니다."
◆"면접 긴장감, 준비량과 반비례하죠"
카이스트 수시 1차 일반고 학교장추천전형의 핵심은 바로 '면접'이다. 1단계에서부터 입학사정관이 직접 지원자의 고교를 찾아 방문 면접을 실시 하고, 2단계에서 개인 및 토론 면접과 교과 심층 면접이 진행된다.
정 군의 면접 대비는 ▲자기소개서 분석 ▲교과서 익힘책 ▲온라인 면접 스터디로 이뤄졌다. 정 군은 일단 자기소개서의 중요 부분에 모두 밑줄을 긋고, 예상 질문을 뽑고 이른바 '꼬리 질문'이라 불리는 추가 질문지까지 만들었다. "한 편의 자기소개서에 50개의 예상 질문이 나왔다"고 했다. 개인 면접에서의 자기소개와 마무리 발언은 기승전결 식으로 구성해 논리정연하다는 느낌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