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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점검ㅣ늘어나는 ‘약골 초등생’] (上) 5·6년생이 위험하다

2011/09/19 16:41:36

◆학원서 귀가하면 밤 9시… “운동할 시간 없어요”

취재에 협조해준 어린이와 학부모는 하나같이 요즘 초등생의 저질 체력을 불러온 최대 원인으로 ‘학원’을 꼽았다. 초등 5년생 자녀를 둔 이성해 씨(40세·경기 부천시 원미구)는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초등 4학년만 돼도 슬슬 교과 위주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중학교 입학이 가까워질수록 엄마들은 불안해져요. 게다가 몇몇 선생님은 진도도 다 안 나간 상태에서 시험 문제를 내기도 하죠. 결국 아이가 밤 9시까지 학원을 돌다가 지쳐 들어와도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게 돼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등 고학년의 체력 관리 방식은 ‘학교 체육 수업’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과 학부모는 체육 수업을 “국·영·수보다 덜 중요한 시간”, 혹은 “노는 시간”으로 여긴다. 최우정 양(서울 구의초등 5년)은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무슨 행사만 생기면 체육 시간을 빼서 쓰시곤 한다”며 “그럴 때마다 교실은 친구들의 원망 섞인 소리로 가득 찬다”고 말했다. 김아현 양(경기 부천 동곡초등 6년)은 “아이들이 뭘 잘못할 때마다 ‘체육 시간을 자습 시간으로 돌리겠다’며 협박하시는 담임 선생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 5년생 자녀를 둔 이은진 씨(40세·서울 광진구)는 “국·영·수 수업 빼먹었다고 항의하는 학부모는 봤어도 체육 수업 안 했다고 학교에 전화한 학부모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학교 체육 수업은 왜 제 역할을 못하는 걸까? 교사들은 “제도적 요인이 크다”고 지적했다. 석승하 서울 교대부설초등 선생님은 “교직 경력이 오래된 선생님일수록 체육 수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체육 시간에 아이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고스란히 선생님 책임이 되거든요. 굳이 나서서 체육 수업을 열심히 할 이유가 없죠. 교사가 피하는데 아이들이라고 별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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