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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엔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단다" 그해 추수한 햅쌀·햇곡식 넣고 솔잎 깔아 찐데서 유래

2011/09/09 14:41:43

-추석 때 먹는 송편은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우리 조상들은 동그란 보름달이 한 해 곡식이 잘 여물게 해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해 가을 추수한 햅쌀로 떡을 만들고 햇곡식을 속에 넣어 보름달 모양으로 빚은 후 떡을 만들어 조상에게 대접했답니다. 그게 바로 송편이죠. 차례가 끝나면 상에 올렸던 송편을 가족이나 이웃과 나눠 먹으며 액운(厄運·나쁜 운)을 없애 달라고 빌었대요.”

◆보름달 모양요? 요즘은 대부분 반달 모양인데요.

“맞아요. 반달 모양에 대한 유래 역시 삼국사기에 남아 있어요. 백제의 마지막(제31대) 왕이었던 의자왕(생몰연대 미상)이 어느 날 궁궐 바닥에서 거북이 등껍질을 발견했어요. 거기엔 ‘백제는 만월(滿月·보름달), 신라는 반월(半月·반달)’ 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었대요. 그걸 본 점쟁이가 ‘백제는 달이 찼으니 곧 기울고 신라는 앞으로 기운차게 일어날 것’이라고 해석했죠. (실제로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죠.) 그 후부터 ‘반달이 좀 더 나은 미래를 나타낸다’는 의미에서 송편을 반달 모양으로 빚기 시작했다고 해요.”

◆송편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 낳는다?

-조상들이 먹던 송편과 지금의 송편은 어떻게 다른가요?

“기본 조리법은 같아요. 조선시대였던 1680년경 쓰인 요록(要걧)이란 요리책엔‘흰쌀 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이 찐 후 물에 씻어낸다’고 기록돼 있어요. 당시 소는 밤·대추·콩·팥 등 가을에 거둬들인 다양한 햇곡식이었죠. 지방마다 송편이 조금씩 다른건 그 때문이에요. 해당 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는 재료를 소로 사용했거든요. 반죽도 지방마다 달라요. 전남고흥에선 푸른 모시 잎으로 색을 낸 송편을 차례상에 올립니다. 모시 잎 송편은 날이 더워도 쉽게 상하지 않는 장점이 있어요. 도토리·감자가 많이 나는 강원도에선 도토리송편, 감자송편 등이 유명하죠. 이처럼 송편엔 우리 조상의 가을이 모두 담겨 있답니다.”

-송편을 찔 때 왜 꼭 솔잎을 깔아둘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 떡이 쉬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죠. 솔잎엔 ‘피톤치드’란 항균 성분이 들어 있어 솔잎을 넣고 송편을 찌면 냉장고 없이도 오랫동안 떡을 보관할 수 있어요. 둘째, 떡이 찜기에 잘 눌어붙지 않게 하기 위해서예요. 참, 솔잎을 넣고 떡을 찌면 송편 위에 예쁜 격자무늬가 새겨지거든요. 외국인에게 이 무늬를 보여줬더니‘어쩜 이렇게 자연스러운 문양을 새겨넣었느냐’며 무척 궁금해하더라고요.”

-송편에 얽힌 재밌는 속설도 많은데요.

“제일 유명한 말은 ‘처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임산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 는 말이죠.‘ 덜 익은 송편을 깨물면 딸을 낳고 잘 익은 송편을 깨물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임산부들은 일부러 잘 쪄진 송편만 찾아 먹기도 했어요. 물론 모두 과학적 근거는 없어요. 하지만 ‘송편은 정성스레 빚고 쪄야 한다’ 는 조상의 지혜가 담겨있죠. 제 눈에도 송편 예쁘게 빚는 친구들은 마음씨도 곱고 얼굴도 예뻐 보이더라고요.(웃음) 이번 추석엔 여러분도 본인 얼굴처럼 예쁜 송편 한번 빚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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