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0 03:03:47
다양성은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 서울 성북구 사립고에 다니는 김모(17)군은 "전자기타를 배우겠다"고 엄마에게 말했다가 "내가 너 딴따라 시키려고 지금까지 공부시켰느냐"는 야단만 맞았다. 김군은 "혼나지 않으려고 영어·수학·논술학원을 다니지만 정말 죽고 싶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건국대 오성삼 교수는 "한 줄 세우기로 다양성을 말살하고 젊은이들에게 패배감을 주는 '1등만 기억하는 사회'는 양극화를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수능 점수 몇 점 차이로 달게 된 '이류·삼류'라는 꼬리표는 취업과 직장까지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수도권 한 사립대를 졸업한 김모(25)씨는 올해 초 에너지 관련 회사에 입사했지만, 한 달 만에 그만뒀다. 대부분 일류대 출신인 동기들은 김씨를 따돌렸고, 회사는 김씨가 의견을 내도 무시했다. 한 간부는 인사 관련 면담을 하면서 "어떻게 우리 회사에 들어왔느냐"고 노골적으로 묻기도 했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은 모든 대학이 서울대처럼 종합대학만을 지향하기 때문에 졸업해도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앞으로 이런 대학 수는 결국 줄어들 것이며, 4년제 대학의 3분의 2(현재 기준 200개 중 약 130개)는 산업, 인문, 예술 등으로 특성화한 최우수 대학으로 키워야 개인도 발전하고 국가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