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30 00:00:00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부모도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도 부모를 이해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엄마가 아이들과 관련된 정보를 아이보다 먼저 알아서 제공하곤 했지만, 실제 여행에서는 아이들이 더 뛰어났다. 여행에 이력이 붙은 뒤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직접 알아보고, 체력이 약한 엄마를 대신해 장을 보기도 하고, 가격 흥정도 잘했다. 박임순 씨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사랑을 절제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강한 아이들인데, 아이들이 어떤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제가 먼저 나섰던 거예요. 엄마로서 철이 든 거죠. 욕심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어요. 무조건 퍼주는 게 사랑이 아니고 많은 부분을 아이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는 것도요.”
아이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부모가 돌보고 지원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던 아이들은 함께 힘을 모아야만 하는 여행길에서 부모도 돌봐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배낭을 나누어 짊어질 줄 알게 되었고, 노트북 컴퓨터를 먼저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도 사라졌다. 아이들의 적성을 파악한 것도 값진 소득이었다. 넓은 세상을 보고 돌아온 아이들은 자신들의 활동 무대가 한국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구체적인 꿈을 갖게 되었다.
막내까지 모두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한 아이들은 대학 진학 대신 관심 분야의 자격증 취득을 선택했다. 스물한 살인 첫째는 피부미용과 병원 코디네이터 자격증을 딴 뒤 뷰티숍에서 일하다 지금은 비만관리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미국에 토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매장을 내는 게 꿈이다. 남다른 공간지각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 둘째(20세)는 캐드를 공부해 지금은 폴리텍대학 컴퓨터기계설계학과에서 공부 중이다. 장래 희망을 물으면 짜증을 내던 아이가 지금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돈에 관심이 많아 CEO가 되고 싶다는 막내는 전산회계・세무회계 자격증을 땄다. 열여덟 살이지만 벌써 세무사 사무실에 취업도 했다.
부부는 요즘 ‘가정과 교육 세움터’를 만들어 부부교육, 자녀교육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여행하며 깨달은 것을 많은 부모들과 나누며 자녀교육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부에게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셈이다. 여행 이야기를 듣느라 장시간 이어진 인터뷰를 마치며 옥봉수 씨는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들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자녀교육의 핵심은 ‘화목한 가정’이에요. 부부가 화목해야 아이들이 안정감을 얻고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공부를 내려놓으면 아이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아이들은 자라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특성을 부모에게 보여주는데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 또 공부만을 강요하다 보니 그게 보이지 않는 거예요. 아이가 스스로 하도록 기다려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면 언젠가는 좋아하는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할 겁니다. 모두 똑같이 한방향으로만 가려는 게 문제죠.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점을 부모님들이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