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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샘이 들려주는 한국사이야기] 신분 차이 컸지만 남녀 차별은 없었단다

2011/07/18 10:14:35

고려시대엔 어떻게 딸과 아들이 똑같이 부모 재산을 물려받았을까? 조선 후기부터 이어져 온 남녀 차별의 폐해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너희들의 부모님 세대와는 좀 차이가 있구나. 실제로 고려시대 여성의 지위는 그렇게 낮지 않았대. 당연히 남녀 차별도 그리 심하지 않았고 말이야. 자, 그럼 다음 편지를 열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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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지금 왕의 명령으로 ‘중미정’이라는 정자를 짓는 공사장에 불려와 일을 하고 있어. 그런데 나라에서 일을 시켜놓고 먹을 걸 주지 않는 거야.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해 음식을 가져올 만한 형편이 안 되거든. 하는 수 없이 주변 사람들이 싸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미안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음식을 싸온 거야. 어떻게 음식을 구해왔는지 묻자 아내가 머리를 가리고 있던 수건을 풀었어. 그 순간 난 그만 울음이 터져 나왔지.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그 아름답던 머리를 잘라 팔아버린 거야. 나도, 아내도, 우리 모습을 바라보던 사람들도 모두 우는 바람에 공사장은 금세 눈물바다가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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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눈물겨운 장면이야. 백성들이 잘 살아야 나라가 잘 사는 건데. 그럼 천민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여기 자기 신분을 속였던 노비 ‘평량’의 편지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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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난 평량이라고 해. 원래 노비지만 열심히 일해서 그 동안 모아둔 땅을 팔아 벼슬을 샀지. 혹시 사람들이 내 정체를 눈치 챌까 봐 먼 곳으로 가서 귀족 행사를 하며 살았어.

그러던 어느 날, 아내의 주인이 우릴 알아봤지 뭐야. 내 아내도 노비였거든. 아내의 주인은 우리 재산을 자기네 것이라며 모두 빼앗아갔어. 난 너무 화가 나 아내의 주인이 돌아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그를 죽이고 말았어. 결국 살인죄로 붙잡혔단다. 이제 곧 벌을 받을 거야. 하지만 난 노비 생활이 너무 힘들어 꼭 한 번 귀족이 돼보고 싶었다고. 너희는 이런 내 맘 이해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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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량의 처지는 딱하지만 그가 저지른 죄는 용서 받을 수 없는 거겠지? 하지만 평량처럼 노비가 자신의 신분을 바꾼 경우는 매우 드물단다. 평량이 오늘날 사람이었다면 신분 차별 없는 사회를 부러워했을지도 모르겠구나.

※지난 호 퀴즈 정답: ② 과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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