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2 16:20:41
◆최고 관심사? “입학사정관제와 국가능력영어시험”
설명회가 열린 오후 2시는 초등 학부모들이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이다. 자녀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때이기 때문. 하지만 설명회장에선 꽤 많은 초등 학부모가 눈에 띄었다. 이들이 설명회를 찾은 이유는 다양했다.
가장 많은 초등 학부모가 꼽은 관심사는 단연 입학사정관 제도였다. 입학사정관제란 대학이 대입 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채용해 모집단위별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을 말한다. 최윤희 씨(38세·경기 용인시 수지구)는 “아이가 아직 초등생이긴 하지만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관련 정책에 대한 설명을 꼭 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역시 큰 관심을 모았다. 이행미 씨(46세·경기 수원시 장안구)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에 대해선 아이 학원에서 알려준 정보 덕분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정부 측에선 어떻게 얘기할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신문이나 뉴스, 인터넷보다 사교육 기관이 제공하는 정보가 더 빠르고 정확하다”며 정책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역시 내년부터 시작되는 주 5일제 등교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조윤민 씨(41세·경기 용인시 수지구)는 “현재도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 등교하는 학생을 위해 학부모가 주말 돌보미 자원봉사에 나서야 할 정도인데 교과부가 이런 문제를 무슨 수로 해결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인성교육 문제나 혁신학교 확대 지정 문제 등을 알고 싶어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정책 설명회? “핵심은 빠지고 뜬구름 잡는 얘기만”
“긍정의 힘을 믿으십시오. 자녀를 믿으십시오. 사교육을 없애려면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이주호 교과부장관)
마침내 설명회가 시작됐다. 제일 먼저 강단에 오른 이주호 장관의 강연 주제는 ‘긍정의 변화’. 구체적 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을 기대했던 학부모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는 “한 시간 내내 뜬구름 잡는 소리만 들었다”며 강의가 채 끝나기도 전 함께 온 초등 2년생 자녀와 함께 설명회장을 떠났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학부모들 역시 분통을 터뜨렸다. 초등 4년생 자녀를 둔 김모 씨(38세·경기 하남시)는 “결국 자녀를 믿고 사교육을 시키지 말란 얘긴데 정말 현실성 없는 말”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저도 사교육 기관에 아이를 맡기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사교육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왜냐고요? 학부모는 ‘만능 로봇’이 아니잖아요. 말이 자기주도학습, 입학사정관제지 결국 다 엄마들 숙제일 뿐이에요. 그게 감당되지 않으면 결국 학원으로 보낼 수밖에요.”
영어만 강조하고 인성은 뒷전인 정책을 비판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초등 4년생 자녀를 둔 신규식 씨(41세·경기 수원시 팔달구)는 이 장관의 강연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고교를 갓 졸업한 후 입대한 해병대원이 집단 따돌림을 못 이겨 동료 군인에게 마구 총을 쏘는 사건에서 보듯 정작 중요한 교육은 영어가 아니라 인성”이라고 말해 학부모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신 씨는 “장관은 ‘(인성 교육 부분을 학교 교육에)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영어 성적 없인 공무원 시험조차 치를 수 없는 현실이 바뀔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영어능력평가와 영어교육정책 방향’, ‘자녀의 뇌에 대한 이해’, ‘주5일제와 창의 인성교육’ 등의 강의가 계속됐다. 하지만 강연회 종료 시각인 오후 6시쯤까지 남아 있는 참석자는 처음의 절반도 안 됐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류양숙 씨(43세·경기 수원시 영통구)는 이날 설명회를 ‘단팥 없는 단팥빵’에 비유했다. “정책은 모두 좋은 뜻으로 만들어지죠. 학부모들도 잘 압니다. 하지만 그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학교와 교사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오늘 설명회에선 그런 얘기가 쏙 빠져 있더군요. 학부모들은 정부가 내놓는 장밋빛 전망을 듣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게 아닙니다.”
강연회장 밖 설문지에서 만난 ‘건의사항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