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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샘이 들려주는 한국사이야기] 고려시대 때 백성은 '성씨'를 가질 수 없었대

2011/07/10 16:24:06

◆전(全)씨와 옥(玉)씨가 탄생한 배경

고려시대엔 왕족이나 일부 귀족에게만 성(姓)이 있었어. 백성들에겐 이름뿐이었지. 태조 왕건은 고려를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운 사람에게 왕(王)씨 성을 주고 지위를 높여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어. 왕건 자신도 호족 출신이었거든. 그러다 보니 왕이 된 후에도 지방에서 힘과 경제력, 군사력을 갖춘 호족들에게 잘 대해줘야 했던 거야.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고려시대 역사책 ‘고려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얘기가 전해진단다. 강원도 명주에 ‘순식’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어. 그는 그 고을의 장군이었는데 오랫동안 왕건에게 항복하지 않아 왕건의 걱정을 샀지. 그러던 어느 날, 순식이 드디어 자신의 큰 아들을 보내 왕건에게 항복했어. 기분이 좋아진 왕건은 순식에게 항복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과 같은 왕씨 성을 주고 땅과 집도 내렸다는구나. 그러니 고려 시대 땐 그 사람의 ‘성’만으로도 신분을 짐작할 수 있었단다.

고려 왕족으로 큰 세력을 누리던 왕씨 성의 사람들은 훗날 조선을 세운 이성계(1335~1408년) 등에 의해 크게 화를 입게 돼. 이성계의 무리들은 ‘고려 왕족 출신인 왕씨들이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며 이들을 죽이거나 머나먼 섬으로 귀양 보냈거든. 이 때문에 당시 왕씨 성을 쓰던 이들은 왕(王)자에 획을 긋거나 글자를 보태어 ‘전(田, 全)’이나 ‘옥(玉)’ 자 등으로 바꾸고 살았지.

역사가들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씨는 중국 성씨 제도를 받아들이면서 이루어졌다고 해. 이 역시 본격적으로 사용된 건 고려 초기라는구나. 성을 갖게 된 고려시대 귀족들은 자신의 가문이 어떻게 생겨나고 이어져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족보를 만들어 가문을 내세우고자 했어. 족보엔 가문 구성원의 이름과 관직 등을 기록하고 대를 이어 물려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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