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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 대졸·고졸 임금差 50代(50~54세)엔 두배, 등록금 비싸도 대학 갈 수밖에…

2011/06/15 03:01:06

강씨는 이후 그 회사를 떠나 다른 대기업으로 갔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올 초 서울의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강씨는 "(내가) 곧바로 대학에 갔더라면 3000만~4000만원 빚을 졌을 텐데 이 돈은 대졸자들이라면 취업 4~5년 만에 모을 수 있다"면서 "고졸자와 대졸자에 대한 차별이 이렇게 크니 누가 대학에 안 가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고졸자와 대졸자 간 임금과 승진, 업무 차별이 한국을 '대학생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 인천의 한 공고를 2005년 졸업한 이모(25)씨는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가지 않고 작은 전자회사에 취직했다. '대학 나와도 취업이 잘 안 되는데 비싼 등록금 내고 갈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현실은 달랐다. 고졸인 이씨는 월 120만원을 받았지만 같은 일을 하는 4년제 대졸자 동료는 200만원을 받았다. 동료와의 임금 차이는 해가 갈수록 벌어졌다. 이씨는 "고등학교 땐 나만 열심히 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며 "이러니까 다들 대학에 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입사한 사원과 대졸 사원은 50대가 되면 임금이 두 배 차이가 난다.

고졸 취업자들이 사회적인 무시에 상처를 받는 일도 많다. 2006년 경기도 남양주의 한 여상을 졸업하고 기업체에 취업한 손모(24)씨는 "고졸이라고 하면 문제아나 가정 형편이 어렵다고 단정 짓고 낮춰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등록금이 1000만원대(연간)로 치솟는 상황에서도 산업체 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된 전문계고(전국 692곳) 졸업생들이 대학으로 향하고 있다. 전문계고는 산업체 인력 양성을 목표로 세워졌다. 옛 상고(商高)·공고(工高) 등이 2000년대 중반부터 '전문계고'로 분류됐다. 사회적 편견이 있어 '상고', '공고'라는 명칭을 없앤 것이다. 하지만 그 후 변한 게 거의 없었다. 지난해 전문계고 졸업자 가운데 70%가 취업을 포기하고 특별전형 등을 통해 대학에 진학했다. 서울지역 전문계고 신모 교사는 "대학이 너무 많아서 3년 내내 학교에서 잠만 자던 애들도 다 대학에 합격하는 상황"이라며 "전문계고엔 경제 사정이 안 좋은 학생들이 많은데 대학에 가야 대접받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엄청난 등록금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한진상 교육대학장은 "학력 간 임금 격차 등은 진작부터 없어졌어야 할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이며 이로 인해 모든 사람이 대학으로 달려가는 '대학 가(假)수요'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정부가 공기업 직원 채용시 대졸자만을 대상으로 공채를 하는 관행을 깨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고, 민간기업에서도 능력 중심의 채용과 임금체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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