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7 03:02:23
◆4년제 대졸 미취업자 연간 13만명씩
서울 출신인 조모(23)씨는 2007년 강원도의 한 사립대에 입학해 8학기 중 4학기를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원금만 1500만원이 넘었다. '학기 중에 공부를 열심히 해 장학금을 받고 방학 때 돈을 벌자'고 마음먹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방학 때는 학자금 이자를 벌고 학기 중에는 생활비를 버는 상황이 반복됐고 그러다 보니 학점은 좋게 나올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는 한 달 요금 2만원도 안 되던 휴대전화를 해지했고 건설현장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는 월급 80만~100만원에서 10만원씩 따로 저축을 했다. 조씨의 학비에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는 고졸자 10명 중 8~9명이 대학에 간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교육열이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대학을 나오고 그 뒤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대·산업대 등을 제외한 4년제 대학 185곳의 졸업생 취업 대상자 24만8660명 중 취업자는 12만9130명으로 취업률 51.9%에 그쳤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대학에 가지 않으면 취업, 결혼 등에서 받게 될 불이익이 많은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며 "비싼 등록금 문제는 직업관, 대학의 기능 등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과 제도의 변화가 이뤄져야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