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31 17:57:51
◆“사내답게 굴어!” 어머니의 한마디
난 1934년 전남 장성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어요. 할아버지는 시골 부자였어요. 할아버지의 땅을 부쳐 먹던 소작농들이 송덕비(頌德碑·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를 만들어줄 정도였죠. 하지만 어린 시절은 행복하지 않았어요.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6·25전쟁…. 복잡하고 무섭고 시끄러운 세상이었거든요.
가정교육은 주로 어머니의 몫이었는데 자식들을 무척 엄하게 가르치셨어요. 특히 장남인 내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하셨죠. 어머니 앞에선 무서워서 동생들과 싸우지도 못했어요.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하루는 동생이 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마다 달라면서 떼를 썼어요. 그것도 얄밉게 어머니 앞에서만요. 어머니는 딱 잘라 말씀하셨죠. “동생한테 줘라.” 정말 주기 싫었어요. 그래서 장난감을 밖으로 던져버렸죠. 어떻게 됐느냐고요? 어른 말씀을 어겼다며 어머니에게 엄청나게 혼이 났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해 집을 나갔어요. 내가 안 보이면 어머니가 걱정하시면서 날 혼낸 걸 후회할 거라 생각했죠. 아침 일찍 나가 밤 11시쯤 터덜터덜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머니가 절 보시더니 태연하게 말씀하셨어요. “왜 들어왔니? 사내놈이 집을 나갔으면 단 사흘이라도 있다가 와야지!”
그런데 기분이 참 이상했어요. ‘아, 내가 참 사내답지 못했구나!’ 어린 마음에도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어요. 어쩌면 내가 이렇게 오래 영화를 할 수 있었던 건 그날 어머니의 말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