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2 16:14:18
◆매일 아침 꽃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
내가 태어난 곳은 한국이야. 우리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 어휴, 일일이 다 세어보기도 힘드네. 하여튼 내 조상님들은 모두 이곳에서 꽃을 피웠어. 8월에서 9월까지가 내 전성기란다.
나에 대한 기록은 고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단군조선과 기자조선의 역사가 기록된 책 단기고사엔 무궁화가 ‘천지화(天地花)’, ‘환화(桓花)’ 등으로 표현돼 있어. 천지화는 ‘하늘을 가리키는 꽃’, 환화는 ‘환나라의 꽃’이란 뜻이야.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사제들은 나를 성스러운 꽃으로 여겨 제사단 주변에 날 심었대. 너희 고려와 조선시대 왕이 장원급제자에게 씌어주는 모자 봤지? 모자의 더듬이 장식 위에 붙어 있는 알록달록한 장식물이 바로 나, 무궁화야. 조선시대 의학 서적인 동의보감엔 ‘무궁화가 간질 환자에게 좋다’는 기록도 있어. 잎을 따서 국을 끓여 먹기도 했대.
나라꽃으로 널리 사랑받은 만큼 별명도 많았어. 대표적인 게 조생모락화(朝生暮落花)야.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는 뜻이지. 한 번 진 꽃잎도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다시 피워낼 정도로 끈질긴 생명력은 내 자랑거리야.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가 찾아왔을 때도 난 끄떡없었어. 경기도 안산엔 나와 내 사촌, 사돈에 팔촌까지 무려 2만 그루나 되는 무궁화가 살고 있는 ‘무궁화 동산’이 있어. 곤파스가 왔을 때 이곳은 태풍으로 떨어진 꽃잎이 바람에 날려 앞을 볼 수가 없을 정도였지. 하지만 다음 날 무궁화 동산은 또다시 활짝 핀 무궁화로 가득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