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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위인전] '먼 나라 이웃나라' 저자 이원복 만화가

2011/04/19 16:27:00

◆ 독서광(狂) 소년, 만화의 매력에 빠지다

내가 어렸을 땐 거창한 꿈 같은 게 없었어요. 전쟁 직후 끼니 때우는 걸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거든요. 그러다 초등 2학년 때 고향 대전을 떠나 온 가족이 서울로 올라왔어요. 아홉 식구가 생활하려면 돈을 벌어야 했죠. 서울로 올라온 지 1년 만에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그때 처음 ‘꿈’이란 걸 가져봤어요. ‘반드시 의사가 돼 어머니처럼 아픈 사람을 고쳐주고 싶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오래지 않아 의사란 직업은 저와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난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책 읽고 낙서하길 즐기는, 조금은 소극적인 아이였거든요. ‘플란다스의 개’, ‘삼총사’ 등 세계 문학 전집을 열심히 읽었고 영화 보는 것도 좋아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접했던 다양한 책이 지금 하는 일에 큰 밑거름이 됐어요. 영화 속 기억에 남는 장면은 꼭 그림으로 남겼고, 틈만 나면 종이 위에 상상의 날개를 펼쳤죠. 처음엔 낙서에 가까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쌓였고, 4칸짜리 단편 만화를 그릴 수 있을 정도가 됐어요. 현실에선 이뤄지지 않는 바람도 척척 이뤄내는 만화가 그저 좋았어요.        

중학교 땐 학교 신문반에서 활동했어요. 신문을 만들며 글쓰기 실력을 키울 수 있었죠. 취미로 그리던 만화를 학교 신문에 게재하며 만화 실력도 뽐낼 수 있었어요. 고1 때 만화로 처음 돈을 벌게 됐어요. 당시 한 어린이 신문에 연재 중이던 미국 만화 ‘아이반호’를 베껴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죠. 원작 만화를 베끼는 단순한 일이었지만 무척 재밌었어요. 좋아하는 만화도 그리고 돈도 벌 수 있다는 게 무척 만족스러웠답니다. 그때 이후 독일 유학 시절 몇 년간을 제외하고 한 번도 만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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