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4 03:04:15
올해 초에는 교과부와 충분한 협의 없이 "미국 뉴욕시에 카이스트 분교를 설치할 의향이 있다"고 신년사를 통해 발표했다. 사안마다 교육 당국에 보고하던 국립대에 익숙했던 관료들은 "서 총장은 행정절차를 무시하는 사람"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서 총장의 총장 연임 과정에서 교과부 관료들이 반대한 것도 그간 쌓인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지난 11일 카이스트 감사처분 결과가 예정보다 빨리 공개된 것 역시 '교육 관료의 언론플레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치권과도 잦은 마찰
야당인 민주당·민주노동당은 "서 총장의 개혁은 경쟁 만능의 교육 정책"이라며 비판했다. 서 총장은 취임 직후, "공부하기 싫은 사람은 학교를 떠나라"며 경쟁력 교육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민교협·전국교수노동조합 등이 최근 '서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서 총장의 이런 교육관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서 총장 체제의 카이스트는 우리 사회의 교육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야당만 아니라 여당에도 서 총장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리학자인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의 경우 카이스트가 추진하는 '온라인자동차', '모바일 하버' 등에 대해 경제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서 총장은 "변명해 봐야 안 듣겠다는 사람은 듣지 않는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준다"며 무시하는 전략을 취했다.
◆독단적인 성격 비판받아
학교 내부에서는 대학을 독단적으로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테뉴어(tenure·정년보장) 심사 기준 강화 등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학내외 의견 수렴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측근들과만 상의해 "'예스맨'의 장막에 쌓여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 때문에 학교 내부에는 "서 총장 개혁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일을 추진하는 방식은 싫다"는 교수들이 적지 않다. 카이스트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의 요구사항이 '소통'에 맞춰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서 총장 사태를 과거 로버트 러플린(Laughlin) 전 총장 때 문제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04년 카이스트가 초빙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러플린 총장은 "카이스트를 아이비리그 같은 명문대로 만들겠다"고 대학개혁을 추진하다 교수들과 불협화음으로 2년 만에 하차했다. 그때도 교수들과의 소통이 가장 큰 문제였다.
카이스트의 한 교수는 "총장이 교수들과 일단 타협했지만 그의 소통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갈등 요소는 늘 잠재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