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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왕실육군군악대의 생명은? 자·전·거

2011/04/12 17:31:51

◆자전거 묘기가 곁들여진,‘ 웃기는 공연’

이날 저녁 7시, 네덜란드 팀의 공연이 시작됐다. 관객들은 막이 열리자마자 자전거를 타고 매끄럽게 무대로 쏟아져 나오는 군악대원들을 보며 환호했다. 그들의 모습은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의 여유로움과 퍽 닮아 있었다.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페달이 그랬고, 한 손으론 악기를 지탱하고 다른 한 손으론 객석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그랬다. 공연 내용도 다른 군악대와 달랐다.

공연 내내 객석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악대를 이끄는 고적대장은 어딘지 모르게 어수룩했고, 대원들은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다가 넘어지는 등 코믹 연기를 이어나갔다. 공연의 절정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한 대원이 자전거를 타다가 그만 넘어진것. 하지만 신속히 출동한 구조대원은 진지하고 신중한 동작으로 들것에 (넘어진 대원이 아닌) 자전거를 실은 채퇴장했다. 관객들은 이들의 수준급 연기에 큰 박수로 호응을 보냈다.

◆전장의 자전거 부대, 군악대로 거듭나다

네덜란드 왕실육군부대에 자전거가 처음 등장한 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17년이었다. 당시 자전거는 ‘전쟁터를 조금이라도 빨리 오가기 위한’ 교통수단이었다. 그 때문에 군대마다 20대 규모의 자전거 부대가 배치돼 있었다. 이후 이들이 통합되며 자연스레 ‘자전거 군악대’로 변신하게 된 것. 총지휘자 타이맨 보트마 씨(48세)에 따르면 공연에 등장하는 자전거의 나이는 평균 40~50세다. “대부분 1960~1970년대에 만들어진 것들이에요. 대원 대신 자전거를 싣고 가는 대목이 괜히 나온 게 아니죠. (웃음) 이번 공연에도 수리공이 함께 왔어요.수리비가 얼마나 드는진 비밀이에요. 분명한 건 우리가 입고 있는 군악대 제복보다 훨씬 비싸다는 거예요.” 단원 롤란드 그루튼 부어 씨(36세)는 “무대 위 우리 단원들의 여유는 철저한 연습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저희가 타는 자전거엔 브레이크가 없어요. 대열을 맞춰 연주하던 도중 누군가가 멈추면 줄줄이 피해를 보니까요. 그래서 속도와 타이밍을 적절히 유지하며 페달 밟는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한답니다.”

관객의 예상대로 ‘자전거 타며 악기연주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펫 연주자의 경우 오른손은 악기를 쥐고 왼손은 자전거 손잡이를 잡아요. 튜바·호른·트롬본처럼 큰 악기를 연주하는 대원들은 단단한 끈으로 목이나 가슴에 매고 자전 거 를 타죠 . 큰북을 맡은 대원은 자전거 앞에북 놓는 곳을 마련해 놓고 연주합니다.연주 도중 자전거가 흔들리면 안 되니까 채를 치는 손목을 지지할 수 있는 장치도 따로 마련하고요. 모두 오랜 세월을 거치며 완성한 네덜란드 왕실육군군악대만의 노하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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