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1 10:41:19
고구려는 ‘산성의 나라’란다. 고주몽이 맨 처음 나라를 세운 졸본(현재의 중국 환런만족자치현)에 있는 오녀산성, 두 번째 수도였던 국내성(현재의 중국 지안), 압록강가의 환도산성, 대동강가의 대성산성 등 만주와 한반도 중북부 산악 지대엔 170개가 넘는 성이 있단다. 산성이 ‘한때 고구려란 나라가 존재했다’는 상징 역할을 해주고 있는 셈이지.
산성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흙이나 돌로 높이 쌓은 담을 말해. 고구려인들은 산성과 평지성이 짝을 이루도록 성을 쌓았단다. 평지성은 일상 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왕궁, 관청, 귀족들의 집, 절, 시장 등을 갖추고 있었어. 성 밖엔 계곡이나 하천 주변의 좁은 평야 지대에 농사 짓는 백성들이 살고 있었는데, 외적이 침입해오면 모두가 산성으로 이동해 전쟁에 대비했지.
산성을 쌓으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해. 고구려인들은 치밀한 설계와 정교한 기술을 바탕으로 산성을 튼튼하게 쌓아올렸단다. 졸본과 국내성은 모두 1000미터가 넘는 높고 험한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이런 자연환경이 고구려인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고구려의 ‘구려’는 성이나 고을을 뜻하는 ‘구루’에서 온 말이야. 여기에 높을 ‘고(高)’ 자를 붙인 거지. 이름만 봐도 고구려가 ‘성의 나라’란 걸 짐작할 수 있겠지? 산 중턱의 두터운 돌 성벽을 무너뜨리기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해보렴. 고구려인들은 성벽 쌓는 기술에서 비롯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반도는 물론, 만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 강력한 제국을 형성할 수 있었단다.
한편, 고구려의 대표적 무덤 형태를 ‘돌무지무덤’이라고 해. 땅 위에 돌로 네모지게 묘단을 쌓은 다음, 시신을 놓고 돌로 덮는 무덤을 말해. 장군총도 돌무지무덤의 일종이지. 이집트 피라미드처럼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쌓아올린 돌은 지금도 웅장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하지만 속상하게도 장군총이나 광개토대왕릉비, 오녀산성 모두 현재는 중국이 관리하고 있어. 선생님이 현재 머물고 있는 천진 주변 중국인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자기네 나라의 문화 유적이라고 하니 얼마나 안타까운지 몰라.
이제 고구려 벽화 얘기 한 번 해볼까? 고구려는 고분(古墳·옛날에 만들어진 무덤) 벽화가 유명해. 고분 벽화는 무덤 안 천장이나 벽면에 그려놓은 그림이야. 여기서 잠깐,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무덤을 일컫는 말에도 여러 종류가 있단 걸 알 수 있어. 능(陵)은 왕이나 왕비의 무덤을, 묘(墓)는 일반인의 무덤을, 총(塚)은 주인을 알 수 없는 무덤, 분(墳)은 언덕처럼 높고 둥그스름하게 만든 무덤을 각각 가리키지.
고구려는 ‘산성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고분 벽화의 나라’이기도 해. 중국과 북한을 통틀어 80군데 이상의 고구려 무덤에서 벽화가 발견됐거든. 누가 그린 그림인지 다 밝혀지진 않았지만 역사학자들은 그림의 성격에 따라 현실 생활을 그린 것,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 죽은 뒤 세계를 다룬 것 등 세 종류로 구분하고 있어.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고구려인은 현실 세계와 사후 세계가 반드시 이어질 거라고 믿었단 생각이 들곤 해. 어쨌든 고구려의 고분 벽화는 1500여 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의 우수한 전통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