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0 16:33:02
지난 6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 군은 “정말 우연한 계기로 발레와 인연을 맺었다”고 털어놓았다. “두 살 아래 남동생이 발레를 배웠거든요. 하루는 동생을 데리러 발레 학원에 갔다가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남자 주역 호세 마뉴엘 카레뇨의 공연을 비디오로 보게 됐어요. ‘백조의 호수’ 중 한 장면이었는데 남자다운 힘이 느껴지더라고요. 첫눈에 반했죠. 그때가 초등 4학년 때였어요.”
당시만 해도 그는 책 읽는 것 좋아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갑자기 발레 배우겠다는 아들을 말리지 않았다. “늘 ‘네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씀해주시곤 했거든요. 좀 놀라긴 하셨지만 흔쾌히 승낙해주셨어요. 지금도 제가 발레에 전념할 수 있는 건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시는 부모님 덕분이랍니다.”
발레는 단 하루도 연습을 거르면 안 되는 예술 장르다. 연습을 소홀히 하거나 조금만 게으른 마음을 가졌다간 여지없이 무대에서 티가 난다. 그래서 한 군은 발레를 시작한 후 한 번도 한눈 팔지 않고 오롯이 발레에만 시간과 노력을 쏟아왔다. 친구들과 뛰놀기 좋아하는 초등생 시절에도 태반은 연습실에 머물렀다. ‘최고의 무용수’가 되겠단 꿈 하나로 힘들고 고된 시간을 버텨낸 것이다.
물론 그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었다. 지난해 로잔국제발레콩쿠르 출전을 준비하던 중 대회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부상을 당한 것. “공연 도중 발목 인대가 늘어났어요. 아찔했죠. 콩쿠르 출전은 무산됐고 이후 한동안 연습을 못했어요. 3개월 만에 복귀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더군요. 예전 몸으로 돌리기까지 꼬박 한 달이 걸렸어요.”
그가 꼽는 발레의 매력은 완벽성, 그리고 조화성이다. “발레는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온몸으로 감정과 느낌을 표현해야 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표정·손짓·발짓 하나하나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하나의 멋진 장면이 연출되는 거죠. 그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쉽잖아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