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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카이스트] 학생들 "공장처럼 효율성만 강조하나"… 徐총장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는 없다"

2011/04/09 03:01:34

물리학과 박사 과정의 한 학생은 "서 총장이 대학 운영을 하면서 납기일 지키는 공장과 같이 효율성만 강조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학생은 "징벌적 수업료를 폐지하면서 학교를 8학기 이상 다니면 수업료를 내게 하는 징벌적 수업료제는 왜 그대로 두었느냐"고 따졌다.

서 총장은 "학생이 학교에 오래 다니는 것은 좋지 않다"며 "제도를 좋은 의도에서 만들었지만 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었다"며 앞으로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 총장은 대체로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대책을 강구해보겠다", "다양한 의견을 들어 개선하겠다",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다" 등으로 직접적인 답변을 피해 학생들의 항의를 받았다. '학업 부담이 너무 강하다'는 학생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자신의 유학 시절 '소방 호스' 얘기를 하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자 한 여학생은 "토론회의 본질이 빗나갔다. 올 들어 네 명이 자살했다.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학생은 간담회 중간에 간담회장을 빠져나오면서 "더는 듣지 못할 것 같아 나왔다. 총장이 혼자서 말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본질적 답변이나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어렵게 성사됐다. 학교와 학생들이 격의 없는 대화로 무엇이 문제인지 의견을 좁혀보자고 마련한 자리였지만 행사 공개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1시간30분 정도 늦어졌다.

서 총장은 저녁 8시 30분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강당에 입장했다. 총학생회 간부들과 서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들은 '근조(謹弔)' 리본을 달고 있었다. 서 총장은 "숨진 학생들을 위해 묵념을 하자"고 제안했고 잠시 묵념이 이어졌다. 그는 이어 "구성원들끼리 격의 없이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했고 학생들도 논란 끝에 이를 수용했다.

이날 카이스트는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보직교수회의에서는 더 이상 비극을 막을 방안을 논의하면서 올해 자살한 4명의 학생 중 3명이 휴학 중이었던 점을 감안해 휴학생들의 안부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의 잇단 자살로 학교도 혼란스럽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차등 등록금제는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인 만큼 그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것인데, 준비 부족으로 부작용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경 기획처장은 "더 이상 비보가 없도록 모든 대책을 마련해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이날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오는 12일 한 차례 더 총장과 학생들의 간담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또 15일에는 긴급 임시이사회를 열어 최근 학생들의 잇단 자살 등 현안들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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