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성적 미달자 수업료 부과 폐지"… 서남표 개혁 좌초하나

2011/04/08 03:02:40

하지만 지난 2007년 서남표 총장의 대학개혁이 시작된 후 학점이 낮으면 수업료 면제 혜택이 사라졌고, 이로 인해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지적이 학내에서 일고 있다.

올해 자살한 카이스트 학생 4명 중 일부 학생은 성적 부진과 관련이 있다. 지난 1월에 자살한 전문계고 출신 1학년 학생은 평소 학점이 2.0 이하로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자살한 박모군의 경우는 학점 미달로 수업료 부과대상이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달 20일과 29일에 자살한 카이스트 학생들은 직전 학점이 3.0~3.6에 이를 정도로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이 일반대학과 다른 독특한 교육환경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과학고 출신들이 다수를 이루는 카이스트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외부와 고립된 채 전공과목에만 매진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너무 어린 나이로 대학에 진학해 장기적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과도하게 수학·과학에 집중하다 보니 인문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특히 과학고 출신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정서적으로 메말라 외부의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올해 4명이 자살했지만 카이스트에서 학생자살은 오래된 고민이다. 2000년 이후 작년까지 10년 동안 14명이 자살했다.

등록금 내는 10% 내외 학생 "극심한 스트레스"

서남표 총장이 2007년 도입한 징벌적 수업료제에 따르면 평점 3.0 이상이면 수업료가 면제되지만 평점 2.0~3.0 미만이면 0.01점당 약 6만원씩을 본인이 내야 한다. 평점 2.0 미만이면 수업료 600만원과 기성회비 150만원을 전부 내야 한다.

이전까지 전액 수업료 면제를 받았던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 제도가 주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해마다 재적인원(학부기준 약 5000명)의 10% 내외 정도가 등록금 부담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성적이 나쁘면 수업료 부담 이외에 '낙오자'라는 정신적 패배감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곽영출 총학생회장은 "자살을 결심한 이유가 개인적 문제일 수도 있지만 현재의 학교 환경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징벌적 등록금제, 100% 영어수업 등 삭막한 경쟁분위기로 인해 동아리 활동 등이 크게 위축되고 어울리는 공동체 문화도 상당 부분 사라진 것도 문제"라고 했다. 7일 목숨을 끊은 박모군은 전날 학과장과 휴학을 결정하면서 가진 면담에서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다. 쉬고 싶을 뿐이다"라며 그간의 심적 고충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성적이 나쁜 학생들까지 전원 무상 교육을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지적도 있다.

◆서남표 개혁 좌초하나

학생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카이스트는 논란이 일고 있는 '징벌적 수업료'를 대폭 수정키로 했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7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2007학년도 학부 신입생부터 적용돼온 일정 성적 미만 학생들에 대한 수업료 부과제도를 다음 학기부터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8학기 이내에 학부과정을 마치지 못하는 연차 초과자에게 부과되는 한 학기당 150여만원의 기성회비와 600여만원의 수업료는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로 인해 서남표식 대학개혁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서남표 총장은 2006년 7월 취임 직후 "세계 일류 대학과 겨뤄 뒤지지 않으려면 우리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교수 '정년보장(tenure)' 심사를 강화하고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학비를 내도록 하는 등의 정책을 도입했다. 영어수업 100% 도입 등도 그가 추진한 정책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