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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서당 '노란 꿈나르미'를 아시나요?

2011/03/29 16:31:47

▲“꿈나르미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꼬끼오~ 꼬꼬꼬꼬.”

지난 21일 아침 7시 30분 단성초등학교 교정. 풀잎에 이슬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고요한 학교 주변으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노란 꿈나르미’ 네 대가 차례로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노란 꿈나르미는 단성초등 전교생의 90% 이상이 등·하굣길에 이용하는 버스다.

“자, 출발합니다!”

심제동 기사(48세·경남 진주시)가 운전하는 버스가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상쾌한 공기를 가로질러 15분쯤 달렸을까, 마침내 저만치서 오늘의 ‘첫 승객’ 엄주현 양(6세·단성초등부속유치원)이 보였다. 엄 양은 의젓하게 엄마와 인사를 나눈 후 익숙한 걸음걸이로 버스에 올라탔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3분여 만에 두 번째 손님 남경혜 양(5년)·수민 군(2년) 남매를 태웠다. 단정하게 앉아있던 남매는 세 번째 손님 윤정화 양(6년)·호승 군(3년) 남매를 보자 반갑게 인사하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30여 분 후, 탑승객은 어느덧 16명으로 늘었다. 그때 심 기사가 뒷좌석을 슬쩍 돌아보더니 아이들을 향해 외쳤다.

“얘들아, 시작해볼까?”

심 기사가 한쪽 눈을 찡긋 하더니 모니터를 켰다. 그때부터 아이들의 ‘사자소학 수업’이 시작됐다. 수다를 떨던 아이들도, 책을 읽던 아이들도 진짜 서당에 앉은 것처럼 눈을 지긋이 감고 몸을 양옆으로 흔들며 훈장님의 구령을 따라 했다. 이어진 순서는 속담 풀이 시간. ‘버스 반장’ 이천 군(3년)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읊는 속담을 나머지 아이들이 따라 읽었다. 15분간의 수업이 끝날 때쯤 어느새 버스는 학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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