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20 16:37:33
만약 너희 집에 누군가가 들어와서 사는 집을 빼앗고, 모든 물건을 자기 것인 양 사용하고, 또 너희 가족을 노예나 하인 부리듯 했다면 어떻겠니? 생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끔찍하고 힘들겠지?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10년,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일본의 식민지가 돼 그들의 지배를 받아야 했단다. 일본에 우리나라의 모든 걸 빼앗기고, 심지어는 우리의 말·글·이름까지도 일본식으로 바꾸며 생활해야 하는 불행한 시절이 시작됐어.
그 시절을 사셨던 선생님의 할머니는 우리말보다 일본어를 더 잘하셨어. 선생님의 아버지는 일본식으로 이름을 고쳐야 하셨단다. 그렇게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으며 우리의 소중한 말과 글을 사용하지 못한 채 일본인의 감시를 받던 중 1919년 3월 1일 전국에서 만세 운동이 일어난 거지.
서울 파고다 공원과 인사동 태화관에서 손병희 선생을 중심으로 민족대표 33인이 작성한 독립선언문 낭독이 이뤄졌고, 미리 준비해둔 태극기를 꺼내 들고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독립이란 소원을 담아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단다. 우리의 독립운동 소식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지만 끝내 온 국민이 바라던 독립은 이뤄지지 않았단다. 오히려 갑작스런 만세 운동에 깜짝 놀란 일본은 총과 칼로 죄 없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다스렸고, 그로 인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만세 운동을 벌이던 많은 사람이 총칼에 쓰러지거나 감옥에 끌려갔지.
특히 이화학당에 다니던 유관순은 독립운동이 일어나자 고향인 천안으로 내려갔어. 아우내 장터에서 사람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며 만세 운동에 앞장섰지만 체포돼 고문을 받다 돌아가셨단다. 이후 조국의 독립을 소망하는 사람들이 일본의 감시를 피해 중국 상하이 등지에서 광복을 위한 노력을 계속했고, 드디어 1945년 8월 15일 꿈에 그리던 독립을 이루게 된 거야.
꼬마 역사학자들, 선생님 얘길 듣는 동안 어떤 기분이 들었니? 불과 65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는 게 놀랍고도 분하지 않았니? 너희의 형이나 누나뻘 되는 학생들이 독립운동에 참가해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사실, 꼭 기억해야겠지?
역사란 언제나 화려하고 자랑스럽지만은 않단다. 이렇듯 어둡고 슬펐던 시절 얘기도 우리의 역사야. 슬프고 불행했으니 빨리 잊어버리는 게 좋을까? 선생님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해. ‘힘들고 불행했으니 빨리 잊자’는 생각에 까맣게 잊어버린다면 언젠가 또다시 어둡고 힘들었던 시절이 되돌아오기 마련이니까. 역사는 늘 반복되거든. 그래서 더욱더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기억하고, 기록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꼬마 역사학자들,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역사를 바르고 정확하게 배워보자꾸나. 그리고 명심하렴. 우리가 꿈을 향해 마음껏 공부하고 뛰놀 수 있는 건 힘들고 아팠던 시절, 수많은 우리의 형·누나들이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며 후손을 아끼고 사랑한 덕분이란 걸. 우리의 ‘영원한 누나’ 유관순 누나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