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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을 돕는 이 한권의 책] 음악이 특별한 언어인가 언어가 특별한 음악인가?

2011/03/16 15:57:54

이를테면 '작곡을 하려면 피아노가 꼭 필요한가?' 같은 꼭지에서 저자는 동시대의 독일 작곡가 클라우스 슈테펜 만코프의 사례를 소개한다. 클라우스는 프라이부르크성(城) 근처에서 여인과 함께 산책하던 순간, 문득 철학자 아도르노의 책 '한 줌의 도덕' 가운데 한 구절을 떠올린다.

"행복이란 것은 진리와 다르지 않다. 사람은 행복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 행복이란 바로 감싸여 있는 것, 즉 모태에서의 안온함을 닮은 형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모른다. 행복을 보기 위해서는 마치 신생아처럼 그 밖으로 나와야 한다. 누군가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한다면 그는 거짓말쟁이다."

클라우스는 이후 사색에 잠긴다. "어떻게 시간예술인 음악으로 '인간이 시간이라는 개념을 잊어버리는 공간'으로서의 행복한 순간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는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멜로디 악기인 오보에가 실제로는 수백 가지의 이상한 음을 동시에 울리는 다성 악기임을 발견한다. 마침내 오보에를 위한 15분 길이의 '고독 야상곡(Solitude-Noctune)'을 쓰기에 이른다. 저자는 클라우스가 일상과 독서, 영감의 혼돈(chaos) 속에서 어떻게 멋진 곡을 창조하는지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한다. 창작이라는 비밀의 세계를 더듬는 저자의 모습은 따뜻하면서도 치밀하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이 겹겹으로 떠오른다.

이 질문에 답을 내기란 당연히 쉽지 않다. 그 누가 삶의 본질과 음악의 비밀에 대해서 과연 제대로 답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매혹적인 지성을 자랑했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의 강의와 책 '대답 없는 질문(The Unanswered Question)'처럼 우리는 질문하고 또 질문해야 한다. 이러한 질문 과정 자체가 인간 존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일 듯하다.

책을 읽다 보면 일반적인 인문서보다 훨씬 더 근사한 질문을 떠올리고 찾을 수 있다. '음악은 만국공통어'라는 말만 해도 그렇다. 과연 그러한가? 민족음악학의 시각에서 본다면 전혀 아니다.

좀 더 본질적인 질문도 던질 수 있다. 음악이 특별한 언어인가? 아니면 언어가 특별한 음악인가? 또한 음악과 수학은 도대체 어떠한 관계인가? 음악에서 지루함이란 과연 무엇인가? 점점 완강한 벽에 부딪히면서 허덕이겠지만 우리는 좀 더 다각도로 사고하고 심층적으로 사색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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