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5 17:15:39
◆연주 못 해도, 박자감각 엉망이어도 ‘오케이’
음악의 치료 효과는 오래전부터 논의돼왔다. 기록에 의하면 고대 그리스 시기에도 음악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이 연구됐다고 한다. 하지만 음악치료가 어엿한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은 건 1946년, 미국 캔자스대학에서였다. 국내엔 지난 1997년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음악치료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연주 공간과 음악치료사, 의뢰인만 있으면 ‘준비 끝’. 의뢰인의 연주 실력이 형편없어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백혜선 음악치료사는 “의뢰인의 박자 감각이 엉망이어도 음악치료사가 피아노로 연주를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실제로 연주를 해보면 그럴 듯한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음악치료의 문을 두드리는 어린이들은 대개 장애가 있거나 부족한 자신감으로 고민하는 등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처음 치료를 시작하기까진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김동민 이화여대 음악치료클리닉 부소장은 “처음엔 자기 멋대로 악기를 두드리며 산만하게 굴던 어린이도 막상 치료사가 합주를 시작하면 연주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귀띔했다.
“음악치료를 받으러 오는 어린이는 대개 귀가 밝습니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데 익숙해진 탓이죠. 이 때문에 박자에 맞춰 합주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수월한 편이에요. 같은 노래를 반복해 연주하다 보면 몸이 먼저 익숙해져 금세 능숙한 솜씨를 발휘하죠.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서서히 되찾게 되죠.”
◆누구나 효과 볼 수 있어… 12회는 참여해야
음악치료의 효과가 상당 부분 검증된 요즘도 일부에선 음악치료를 엉뚱하게 오해한다. 실제로 음악치료 클리닉을 찾는 학부모가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 김동민 부소장은 “일부 학부모는 ‘치료’란 말만 들어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곤 ‘우리 애한테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따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백혜선 음악치료사는 “최소 12회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한두 번 찾아오곤 효과 없다며 그만두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민 부소장은 “음악치료가 어려움에 처한 어린이의 환경 자체를 바꿔줄 순 없지만 그 때문에 닫힌 마음을 변화시키는 덴 분명히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음악치료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환자와 치료사가 함께 음악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란 걸 알 수 있어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이들에게 ‘음악’이란 손을 건네는 거죠. 음악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알려주는 과정이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