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테마기획ㅣ희귀동물 생활탐구] ① 말레이곰 '꼬마'

2011/03/14 16:34:14

안녕? 난 ‘꼬마’라고 해. 말레이시아에서 온 일곱 살 수컷 곰이지. 몸무게는 40㎏쯤 되나? 사람들은 내 흑갈색 눈과 윤기나는 털이 ‘매력 포인트’래. 성격이 활달한 편이어서 하루 종일 우리 안을 쉬지 않고 돌아다닌단다.

내 이름을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다고? 아마 지난해 12월 내가 벌인 ‘탈출 대소동’ 때문일 거야. 막상 내 입으로 그때 얘길 하려니 좀 쑥스럽네, 히히.

내가 동물원을 탈출한 건 지난해 12월 6일 아침 10시쯤이었어. 사육사 누나가 먹이를 주고 우리를 청소하느라 문을 살짝 열어놨는데 난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지. 옛날부터 바깥세상이 무척 궁금했거든. 특히 우리 저편 멀리 보이는 청계산엔 꼭 한 번 놀러 가보고 싶었어. 그래서 사육사 누나 눈에 띄지 않게 살금살금 문을 나섰지. 바로 그때 사육사 누나가 날 발견하곤 깜짝 놀란 얼굴로 “야!” 하고 소리를 치는 거야. 난 덜컥 겁이 났어. 무조건 멀리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청계산 쪽을 향해 힘껏 달렸어. 뭔가 굉장히 통쾌하더라. 자유를 만끽하는 기분이랄까?

탈출 후 난 청계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어. 산 아래 보이는 동물원을 보며 내가 있던 서울동물원에 정말 다양한 동물 친구들이 있단 사실도 새삼 깨달았지. 탈출 후 얼마 동안은 새로 보는 풍경이 하나같이 신나고 재밌었어.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배고픔에 시달렸단다. 겨울이라 산속에서 먹잇감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웠거든.

그러던 어느 날, 동그란 드럼통 하나를 발견했어. 그 안엔 내가 좋아하는 고등어와 정어리, 꿀이 가득했지. 반가운 맘에 그 안으로 냅다 달려 들어가는 순간, 드럼통에 달린 문이 ‘탕’ 하고 닫혀버리는 거야. 눈을 떠보니 다시 동물원이었어. 사육사 누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날 쳐다보더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