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3 17:07:07
우르르르. 멀리서 낮은 소음이 들려오더니 바닥이 갑자기 흔들렸다. 가스렌지 위 주전자와 식탁에 놓인 접시가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별안간 열린 방문은 격렬하게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점차 거세지는 진동에 중심을 잃은 몸이 기우뚱했다. TV에서 본것처럼 식탁 밑으로 들어갔지만 식탁 의자에 머리를 부딪쳤다. 규모 7.0의 진동을 경험한 30초가 3일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진동이 멈춘 후의 바깥 상황은 참담했다. 전기가 나간 건물은 온통 암흑이었다. 자욱한 연기에 머리가 핑 돌았다. 손으로 벽을 짚으며 겨우 찾아낸 출구로 나가자, 지진의 흔적이 널브러진 운동장이 나타났다. 쿵. 규모 5.0의 진동이 또 한 차례 바닥을 울렸다. 여진이었다.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바닥 위에서 한참을 비틀거렸다. 후들거리는 다리는 진동이 멈춘 후에도 쉬 진정되지 않았다.
보라매안전체험관의 지진 체험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훨씬 무서웠다. 방문객은 지진 안전수칙<박스 참조>을 미리 익힌 후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막상 주변이 흔들리자 비명을 지르며 당황스러워했다. 이날 체험관을 찾은 20여 명 중 가장 먼저 체험실에 들어갔다 나온 전하준 군(인천 먼우금초등 4년)의 얼굴에선 핏기가 사라졌다. “주변이 흔들릴 때도 무서웠지만 밖에 나왔는데 아무 것도 안 보여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어요. 엄마가 제 손을 잡아주신 후에야 ‘살았구나’ 했죠.”
이리안 양(서울 보라매초등 1년)은 지진체험관 방문이 세 번째라고 했다. “몇 번 와보니 조금씩 적응이 돼요. 친구들도 저처럼 지진 안전수칙을 잘 익혀서 혹시 우리나라에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