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양은 정규 수업이 끝나는 오후 5시 이후엔 학습능력 수준에 맞는 학원을 찾아 공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이 이걸 허용하지 않는다. 아침 8시 20분 등교 이후 7~8개의 수업을 들으면 오후 5시에 정규 수업이 끝난다. 이후 오후 6시까지 거의 의무적으로 방과 후 수업을 듣고, 저녁 식사 후 오후 6시 50분부터 학교에 남아 야간 자습을 해야 한다. B양은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복습하거나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하려고 하지만, 친구들이 떠들어 공부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B양은 야간자습이 끝나는 밤 9시 30분쯤 가방을 챙겨 학원에 간다. 학원에 도착하는 시간은 밤 9시 50분 무렵. 외부 강의는 밤 10시부터 시작하는 것밖에 들을 수 없다. 영어·수학 두 과목의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새벽 0시 20~30분. 결국 B양이 학교 숙제와
EBS 인터넷 강의 시청을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각은 새벽 1시 30분 이후다. B양은 "학원이 만능은 아니겠지만
서울 수험생들과 대입에서 경쟁하려면 최소한의 이용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수면부족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내 시간을 내 성적이나 성향에 맞게 활용할 수 없는 것이 제일 속상하다"고 말했다. B양은 이달 초 담임선생님에게 "야간 자율학습에서 빠지고 싶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런 말을 했던 같은 반 친구가 선생님에게 야단을 듣는 것을 보고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