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에 4500타카(약 7만 원) 벌어요. 그 중 2000타카(약 3만 원)가 릭샤 렌트비랑 집세로 나가고요."
형편이 어떤지 묻자 마디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도시 슬럼가에 사는 그의 가족은 한 달에 겨우 4만원 남짓한 돈으로 연명한다고 했다. 무표정한 그가 딱 한 번 감정을 내비친 건, 기자가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였다. 초점 없던 그의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열다섯 살, 열세 살 먹은 아들놈 둘은 학교에 안 다니고, 열두 살 먹은 딸은 6학년이다. 돈이 없어 딸도 올해까지만 학교에 보낼 예정이다." 내뱉듯 답하고는 무거운 시선을 땅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조이날쉭의 두 아들도 언젠가 그처럼 앙상한 다리로 릭샤를 몰며 거리를 내달릴지 모른다. 교육받지 못한 슬럼가 아이들이 흔히 그렇듯이. '가난을 대물림'하는 것이다.
조이날쉭은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육로로 7~8시간 떨어진 도시 쿨나(Khulna)에 산다. 쿨나는 방글라데시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학교·병원 등 공공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도시로 몰려든 빈민들로 인해 곳곳에는 슬럼가가 형성되어 있다. 조이날쉭 같은 릭샤꾼들은 바로 그 슬럼가에서 화장실·주방은 물론 전기·수도도 없는 대나무집을 빌려 산다. 이들에게는 자녀의 초등교육도 사치다. 아이들은 일찍부터 거리를 헤매며 폐품을 주워 모으거나 공사장에서 벽돌을 깨며 돈을 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의 아동 노동 비율은 5~9세 1.98%, 10~14세 27.37%, 14~17세 39.75%에 달한다. 문맹률이 50%가 넘는 이 나라에선 부모들부터 교육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국민의 교육수준을 높이기 위해 초등교육을 의무화하고 무료로 바꿨지만 초등학교를 최소 1학년이라도 마친 아동이 전체의 60%밖에 안 된다.
교육과 아동노동은 동전의 양면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17세 미만 아동 중 2억1500만명이 학교에 가는 대신 아동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이 중 아프리카·아시아 지역 아동이 90%다. 초등학교에 입학도 못하는 아이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46%, 남아시아는 27%에 달한다. 이 통계대로라면 유엔이 결의한 '새천년개발목표(MDGs)' 중 하나인 '보편적 초등교육의 달성'은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남아 있었다. 쿨나에서 찾아간 '아동개발센터(ECD Center·Early Childhood Development Center)'는 그런 희망을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었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이 운영하는 이 지역 아동개발센터는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유치원이었다. 슬럼가 곳곳에 자리한 센터는 일용직 노동자나 릭샤꾼 등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비용만 받고 교육을 하고 있었다. 딸을 이곳에 보내고 있다는 릭샤꾼의 아내 라키(24)는 "다른 유치원이나 사립학교에 보낸다면 한 달에 300~500타카가 들 텐데, 이 센터는 20타카면 된다"고 말했다. 센터에서 수업을 듣는 아이에게는 월드비전이 일대일 결연후원을 연결해줘서 고등학교에 졸업할 때까지 매달 얼마간의 학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직접 방문한 센터는 생각보다 더 비좁았다. 4평 남짓한 비좁은 방에 열다섯 명의 꼬마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선생님을 따라 체조를 하고 영어와 벵갈어로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한 아이들은 알파벳을 배우고 시를 암송하고 폴짝폴짝 춤을 추면서 2시간 수업을 꽉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