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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비싸도, 힘들어도 좋다…학원가 '북새통'

2011/02/21 16:36:42

◆대치동_ “영어 유치원 안 나오면 학원 등록도 힘들어”
지난달 18일 오후,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엔 대형 버스가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절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매서운 추위가 이어졌지만 썰렁한 다른 거리와 달리 유독 이곳만큼은 초등생들로 북적였다.

학원 버스를 기다리며 단어장을 펼쳐보던 김규빈 군(가명·초등 6년) 은 1학년 때부터 영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김 군은 “반 친구 30명 중 20명 정도가 영어학원에 다닌다”며 “대부분 1~2학년 때 시작해 한 번도 끊지 않고 학원에 가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2년 전부터 영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박진호 군(가명·초등 4년)은 자신을 “친구들에 비해 (영어학원) 시작이 늦은 편”이라고 말했다. “공부할 양이 엄청나요. 숙제도 매일 쏟아지죠. 잠이 부족할 정도로 피곤하지만 계속하다 보니 점점 적응되는 것 같아요. 제가 외아들이어서 부모님의 기대가 크거든요. 그런 생각 하면 열심히 안 할 수 없어요.”

초등 2년생 딸을 둔 학부모 김은진 씨는 1년 전부터 딸을 영어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또래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요즘 애들 사이에선 영어 유치원이 필수 코스거든요. 늦게나마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 유명하다는 영어학원으로 특별히 골랐어요. 원어민 강사의 비중이 높아 신뢰가 가더라고요. 이왕 비싼 돈 주고 가르칠 거라면 언어뿐 아니라 몸짓·발짓까지 원어민에게 배우게 하고 싶어서요.”

실제로 이 지역의 유명 영어학원들은 영어 유치원을 나오지 않은 초등생의 수강을 꺼리고 있다. 대치동에서도 손꼽힌다는 E어학원은 등록 전 시험을 통해 수강생의 실력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걸로 이름나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영어 유치원에 다니지 않아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이 우리 학원에 들어오려면 비슷한 수준의 또래들을 일정 수 모아와야 따로 반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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