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20 16:42:04
"선생님, 이 동화를 쓴 계기는 어떤 거였어요?"
"계기라는 단어를 알아?"
"그럼요, 쓰게 된 이유요."
"선생님, 정우는 공부도 잘하는데 왜 만날 짜증을 내요?"
"선생님, 정우는 짜증을 내지만 신우는 공부는 못해도 씩씩해요."
기상천외한 아이들의 모습에 원 작가의 표정 역시 다이내믹하게 변화했다. 이번 동화는 입시 교육의 스트레스를 받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다. 시험 점수를 잘 받아도 항상 시무룩한 정우와 공부는 잘하지 못하면서도 늘 밝고 명랑한 신우, 과일을 좋아해 요리사가 꿈인 미선이까지 세 아이의 각기 다른 성향과 상황을 통해 공부, 시험, 친구, 우정 등 아이들의 진지한 고민과 생각을 담았다.
어떻게 동화를 쓰게 됐느냐는 다빈이의 질문에 원 작가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일기를 잘 써서 담임선생님이 글짓기 대회에 나가보라고 하셨어요. 어린 시절 강원도 산골에서 자라면서 있었던 경험들을 썼는데 강원도에서 최우수상을 탔죠. 그때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됐어요."
원 작가는 글짓기를 잘하는 방법은 책을 많이 읽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써보는 데 있다고 한다. 원 작가의 어린 시절에는 동화책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국어와 도덕 교과서가 동화였고 이야기책이었다. 원 작가는 매년 학기가 시작되는 날 교과서를 받으면 단숨에 읽어내렸다. 교과서 속 이야기만으로도 즐겁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동화작가가 꿈인 나연이는 동화작가가 되는 법에 대해 질문을 했다. 원 작가는 "글쓰기와 책읽기는 물론,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 특히, 관찰이 중요하다. 버스 속 사람들의 모습이나 수퍼에서 만난 아줌마의 모습 등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그 사람들이 동화 속 등장인물이 된다. 책과 경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관찰"이라고 답했다.
1시간을 훌쩍 넘겨 점심때가 지났지만 아이들은 배고픔도 잊은 채 원 작가의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동요를 부르고 원 작가의 이야기에 탄성을 지으며 담뿍 빠져들었다.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손라화 교사는 "아이들이 다음 학년에 올라가기 전 매우 좋은 추억을 갖게 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가 선생님을 가까이서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꿈이 한뼘 자랐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내일이면 종업식을 갖게 되겠지만, 아이들은 또 하나의 추억을 아로새겼다. 원 작가의 사인이 든 동화책을 가슴에 안고 달려나가며 동민이가 외쳤다.
"신발장 바퀴벌레와 초파리 이미선 짱 재밌었어요. 감사합니다."
우당탕 뛰어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손 교사도 원 작가도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