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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악몽 끝났으면 좋겠어요"

2011/02/17 16:10:30

하지만 학교 밖 사정은 달랐다. 지난 6일, 그동안 ‘안전지대’였던 학교 앞 국립축산과학원이 구제역에 뚫리면서 이곳 돼지 13마리가 살(殺·죽여 없앰)처분됐다. 이후 신가리 일대엔 비상이 걸렸다. 소독차가 하루 종일 마을을 오갔고 곳곳에 설치된 차량 소독기는 연방 석회유(수산화칼슘을 10배의 물에 녹여 만든 흰죽 모양의 백색 액체)를 뿜어댔다. ‘긴급 방역’ 글씨가 커다랗게 적힌 표지판 주변은 인적(人跡·사람의 왕래) 하나 없이 고요했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는 소들의 울음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개학 연기는 학부모와 학교의 합의에 따른 결정이었다. 가축을 기르는 가정의 자녀가 학교를 드나들면 구제역이 빠르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졸업식 역시 여느 해보다 조촐하게 치르기로 했다. 매년 학교를 찾았던 지역 인사는 물론, 졸업생의 학부모조차 올해 졸업식엔 초대받지 못했다.

다행히 개학식은 전교생이 빠짐없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가장 걱정했던 이요빈·정민 군(5학년·3학년) 형제가 무사히 출석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부모님은 이 학교 학부모 중 유일하게 60여 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형제는 지난달 초부터 학교가 마련한 방과후 활동 수업을 모두 빠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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