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18 03:06:33
'수능과 EBS 교재의 체감 연계율을 높여 영역별 만점자가 1% 나오도록 하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 이후 교육 현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대체로 '쉬워진다는 걸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 속에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실력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배화여고 사회과 윤태준 교사는 "수능이 쉽게 나온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수험생 입장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은광여고 조효완 교사는 "정부의 발표대로 문제가 쉽게 출제되면 상위권과 최상위권의 경계가 사라지게 된다"며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실수를 단 한 개만 하더라도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을 갖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수생들은 쉬운 수능 때문에 불리해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노량진 한 학원에 강의를 들으러 나온 김나영(19)양은 "재수생 입장에선 올릴 수 있는 거라곤 수능 점수밖에 없어서 변별력이 떨어지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며 "어려웠던 작년 수능에서도 최상위권은 점수가 안 떨어졌는데 올해 고득점자가 더 많아지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재수생 이창엽(20)군은 "지금도 수능점수 안 되는 학생들이 뻥튀기 내신으로 수시에 합격하는데, 수능까지 쉬워지면 오히려 실력 있는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수생들 역시 "정부 발표대로 쉽게 나올지는 가 봐야 알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수능 발표에 대한 이런 불신에는 그동안 수능이 한 해는 쉬었다가 다음 해에는 어려웠다 하며 널뛰기를 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예년 수준으로 수능을 출제하겠다'고 했지만 난이도는 들쑥날쑥했다. 지난해 3월에도 교육과정평가원은 '2010학년도 수능과 같거나 더 어렵지 않게 출제할 계획'이라고 했으나 결과는 '무척 어려운 수능'이었다.
설령 교과부 발표대로 올해 수능이 쉽게 출제되더라도, 정부가 의도한 '사교육 억제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능이 쉬워지면 중하위권 학생들이 유리해지기 때문에 성적을 올리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지리라 예상된다"며 "어차피 서열을 정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등수 매기기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