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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새해, 한복 입고 고운 자태 뽐내봐요"

2011/02/01 14:03:09

▲망강이색·황족색… ‘전통 색’을 빚다

이영희 선생님이 한복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선 건 1976년. 당시 그의 나이 마흔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일, 대충 할 순 없었다. 그는 전국 곳곳의 박물관을 오가며 한복을 연구했다. 한복에 물들일 ‘우리 고유의 색’을 찾는 작업도 시작했다. 시중에 나와있는 알록달록한 원단 색깔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1977년 물어물어 찾아간 석주선기념박물관(당시 석주선기념민속박물관)에서 녹두색·치자색·팥죽색 등 우리나라 전통의 색을 발견했어요. 보물창고를 만난 기분이었죠. 그때부터 박물관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색을 공부했답니다. 나중엔 직접 색을 만들어내기도 했어요. 회색빛이 도는 ‘망강이색’, 황금색보다 조금 짙은 ‘황족색’ 등이 제가 천연 염색으로 만들어낸 색이에요.”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이내 국내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1993년엔 한국 디자이너 가운데 최초로 파리 프레타포르테(고급 기성복을 선보이는 패션쇼)에 참가해 한복을 세계무대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뉴욕 한복판에 ‘한복박물관’을 짓다

2004년 이영희 선생님은 뉴욕 맨해튼 32가에 ‘한복박물관’을 열었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복박물관을 찾은 외국인들은 우리 옷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행사 초청과 협찬 문의가 이어졌고, 세계적 패션학교인 파슨스 디자인 스쿨 학생들도 한복을 배우겠다며 박물관에 모여들었다. 그는 “미국에 경제 위기가 찾아온 뒤론 옷이 예전만큼 팔리지 않아 박물관 경영이 다소 어려워졌지만 곧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복 교육, 어릴 때부터 시켜야죠”

사실 이영희 선생님에겐 한복박물관 운영보다 더 큰 걱정거리가 있다. 한복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무관심이 그것. “한복은 그냥 옷이 아니에요. 우리 민족의 정신이 담긴 소중한 전통문화랍니다. 한복을 잃는 건 곧 우리 문화를 잃는 것과 같죠. 그런데 요즘은 한복 입는 사람이 너무 줄었어요. 설날에조차 한복 차림인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니까요.”

그는 조기교육을 통해 한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복은 어릴 때부터 자꾸 입어봐야 해요. 부모님도 자녀에게 한복 입은 모습을 자주 보여주셔야 하고요. 전통문화는 책이나 교과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체험을 통해 익혀야 해요. 저도 ‘한복 조기교육’을 받고 자랐거든요. 집에서 손수 염색한 옷감으로 식구들의 한복을 짓던 어머니, 양장만큼이나 한복이 잘 어울렸던 멋쟁이 아버지. 그런 환경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한복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 거죠.”

‘어린이 한복’에 대한 그의 애정도 각별하다. “첫 패션쇼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어린이용 한복을 무대에 올렸어요. 어린이나 어머니가 쇼를 보면서 ‘아, 나도 저 한복 입고 싶다’, 혹은 ‘우리 아이에게도 한복을 입혀야지’ 하는 마음을 갖길 바랐거든요. 그동안은 해외에 한복을 알리는 데 많이 치중했는데 이제부턴 우리 국민, 특히 어린이에게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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