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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배 하고 떡국 먹고···엄마 나라도 설을 쇤대요"

2011/02/01 13:44:18

◆세뱃돈 받고 제기 차고··· “우리에게도 설은 최고의 명절”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인과 중국인, 인도인 등으로 이루어진 다인종·다종교 국가다. 어떤 민족인지에 따라 설을 지내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중국계 말레이인인 림 씨는 “우리 민족의 경우 설에 중국 전통 의복인 치파오(旗袍)를 입고 자오쯔(餃子·만두)를 빚어 먹는다”며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세뱃돈도 받는다”고 말했다.

이준성 군(8세·초등학교 입학 예정)도 설 무렵엔 남부럽지 않은 부자다. 집안의 막내로 할머니·할아버지는 물론, 삼촌·사촌 언니·오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기 때문. 이 군은 “지난해 설엔 세뱃돈을 15만원이나 받았다”며 “그때 만든 통장의 돈이 1년 만에 제법 불었다”며 좋아했다.

이 군의 어머니인 중국인 리추어란 씨는 “중국에도 야수이치엔(壓歲錢)이란 세뱃돈 문화가 있다”며 “재물을 상징하는 빨간색 봉투 홍빠오(紅包)에 세뱃돈을 넣어주는 게 중국의 고유 풍습”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붉은색은 복(福)을 상징해 설빔과 설장식에 두루 쓰인다. 전통의상인 치파오도 설엔 빨간색 원단에 화려한 용 무늬가 그려진 걸 주로 입는다. 리 씨는 “중국의 설은 거의 보름 동안 계속된다”며 “대명절인 만큼 풍성하고 넉넉하게 보내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군은 설 때마다 제기차기를 빼놓지 않고 즐긴다. 오랜만에 모인 사촌형들과 편을 나눠 노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 최고 기록은 아직 두 개로 형편없지만 이번 설만큼은 형들의 기록을 넘어서는 게 목표다.

◆태국인 엄마 둔 이나영 양 “설에 한복 입고 세배 갈래요”

몽골인 어머니를 둔 이루디아 양(경기 성남 금빛초등 1년)은 명절에 입는 전통 의상 델(deel)을 좋아한다. 밑단이 넓게 퍼지고 치마·저고리로 나뉘는 한복과 달리 델은 일자형으로 생긴 데다 상·하의가 한 벌로 돼 있는 옷. 장식이 거의 없는 대신 화려한 비단으로 만들어져 옷 자체가 반짝반짝 빛나는 게 특징이다.

이날 루디아 양의 어머니 지메드마 씨는 딸에게 초록색 델을 입힌 후 주황색 허리장식을 둘러줬다. “한복은 하나에서 열까지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해 불편할 때도 있는 반면, 델은 뛰놀기도 좋은 옷이에요.” 한국에서 태어나 아직 몽골에 가보지 못한 루디아 양은 사진으로만 고향을 만나봤다. 푸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 몽골의 모습은 루디아 양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몽골은 끝이 없는 나라래요. 몽골의 풀밭에서 마음껏 뛰놀고 싶은 게 제 소원이에요.”

이나영 양(8세·초등학교 입학 예정)에게 설은 1년에 두 번 온다. 음력 1월 1일인 한국의 설과 양력 4월 13일인 태국의 송크란을 모두 쇠기 때문. 어머니의 나라인 태국은 불교 국가로 새해를 계산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매년 4월 새해를 맞는다.

하지만 이 양이 기억하는 ‘진짜 설’은 1년에 한 번, 떡국 먹고 세배하는 한국의 설이다. 태국인인 어머니 아아리 씨에게도 지금은 송크란보다 설맞이가 더 중요하다. 맏며느리인 아 씨는 “벌써부터 차례 준비로 바쁘다”며 “송크란은 그냥 지나칠 때도 있지만 설엔 혼자 준비해야 할 게 이것저것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국 전통 의상인 수타이를 입고 온 이 양은 변심선 양이 입은 한복이 내심 부러운 눈치였다. “전 한복이 더 좋아요. 예쁘게 생겼잖아요. 얼른 설날이 돼서 한복 입고 세배하러 가고 싶어요.” 


>>이웃 국가들의 설맞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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