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31 03:01:16
조 교수의 전공인 인터랙션 사이언스는 인간과 기계가 상호작용하는 방법과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원래는 로봇·3D 영화·휴대폰의 터치감 등이 연구 대상이지만 그는 1년 반 전부터 로봇을 자폐아 치료에 이용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로봇을 이용한 치료 원리는 간단하다"고 말했다. "자폐아들은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을 정도로 사회성이 부족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로봇을 보살피게 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법'을 가르치는 겁니다."
조 교수는 실험결과를 담은 동영상을 보여줬다. 자폐아들은 처음에는 로봇에 무관심하거나 집어던지며 함부로 대했다. 하지만 연구진이 아이들에게 '로봇 보살피는 법'을 계속 가르치자 5주 후엔 아이들이 로봇을 품에 안고 아기 다루듯 애지중지하기 시작했다. 조 교수는 "실험에 참가한 자폐아 15명은 시간이 지나면서 로봇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점차 동물과 인간으로 애정의 대상을 확대하는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자폐아 이진아(가명·11)양의 어머니는 "움직이는 것만 보면 도망가고 소리 지르던 아이가 로봇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는 개미나 동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말했다. 김주석(가명·10)군의 지도 교사는 "산만했던 아이가 치료 이후에는 로봇을 돌보느라 한자리에 몇 시간 동안 앉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자폐아 치료를 하다 보면 기분이 상할 수 있고 동물은 다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로봇은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감정이 없고, 던져도 다치지 않아 잘 다루도록 지도하면 아이들이 쉽게 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가 지난해 내놓은 로봇을 이용한 자폐아 치료 연구 논문은 지난해 7월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오는 3월에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HRI(Human-Robot Interaction) 국제 콘퍼런스에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2년 전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할 때 자폐 환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들·딸을 보낸 유치원의 보조교사가 자폐를 앓고 있었다. 조 교수는 자녀가 자폐증 증상 중 하나인 '틱(눈을 깜박이는)'을 흉내 내자 학교에 항의했다. 하지만 학교측은 오히려 "우리는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가르친다"며 조 교수를 나무랐다. 조 교수는 "그 순간 부끄러웠고 나 같은 편견으로 고통받는 장애인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일본에는 로봇 애완동물을 키우는 노인들도 있다는 사실에 힌트를 얻어 자신의 전공인 로봇 연구를 자폐 치료에 이용해보기로 했다.
조 교수는 앞으로 로봇 치료에 인터넷을 접목시킬 계획이다. 로봇 머리 부분을 모니터로 대체해 아빠나 엄마 같은 사람 얼굴이 나오게 하는 것이다. 일명 '닥터 아바타 프로젝트'다. 조 교수는 "이 치료법이 성공하면 추가 비용 없이 평생 자폐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