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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4 특별기획] 부모의 이혼 때문에 '울컥'…"꾸준한 관심으로 상처 지워주세요"

2011/01/11 09:52:14

◆두통·복통 등 호소하기도… 최대 원인은 ‘가정 불화’
서울 ㄷ초등 5학년 담임인 김영희(가명) 선생님은 호진이가 늘 걱정스럽다. 별안간 복도에서 소리를 꽥 지르는가 하면 급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툭하면 친구들과 몸싸움을 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호진이는 무척 조용한 아이였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대부분 교실 밖에서 혼자 놀았다. 이유 없이 머리나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곤 했다. 선생님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호진이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천근아 연세대학교 소아정신과 교수는 “어린이들은 자신의 아픈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다”며 “이 때문에 성인과 달리 우울증이 두통이나 복통 등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소아 우울증은 주로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사랑하는 사람(가족)과의 이별, 경제적 어려움, 스트레스 등이 그 예다. 성인 우울증에 비해 가정환경의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게 특징. 김태훈 사랑샘터 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은 “집안의 경제적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아이, 부모님의 이혼을 겪은 아이일수록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며 “어린이 우울증 환자의 상당수는 엄마 역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라고 말했다.

호진이 역시 여섯 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엄마와 떨어져 약 6개월 동안 아빠와 지낸 호진이는 그때부터 불안과 우울 증세에 시달렸다. 호진이는 1년간 병원에서 약물치료와 집단놀이치료를 받으며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종 친구와 다투는 것도 그 때문.

이강이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호진이는 지금 스스로와 힘겨운 싸움을 하는 중”이라며 “이를 혼자 해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끊임없이 관심을 보여주고 격려해줘야 한다”며 “마음이 아픈 호진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친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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