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3 16:31:57
■모자 가정의 또 다른 가족
2007년 겨울, 홀로 두 남매를 키우던 김은영(가명ㆍ41)씨는 오갈 곳이 없었다. 딱한 사정을 들은 송파구 방이동 음식점 '우리강산'의 주인 김영배씨가 선뜻 식당 건물의 옥탑방을 은영씨 가족에게 내줬고 평소 그를 돕고 있던 (사)여성사랑연대(이하 여성사랑연대) 회원들이 그 방을 말끔히 단장해줬다. 은영씨가 열심히 일해 자립의 기반을 닦아 2년간 살던 옥탑방을 떠나 월세를 얻어 나갈 때는 회원 모두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 12월에는 후원하고 있는 가정에 김장 280포기를 배달했고, 12월 20일에는 회원 가족들과 고기를 배불리 먹으며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시간도 가졌다. 회원 김정옥(64)씨는 "매년 명절과 김장철이면 각종 생필품과 김장 등을 밤늦게까지 배달하느라 발이 부르트지만 가족들을 만나는 즐거움에 힘든 줄 모른다"고 했다.
여성사랑연대는 개인적으로 모자 가정의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후원하던 이미라(46)회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싱글맘들을 돕고 싶어 주변의 뜻있는 이웃들과 2006년 11월 모임을 발족한 것이 그 시작이다. 4명으로 시작한 모임이 현재 등록 회원이 28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확대됐다. 여성사랑연대는 1년에 한 가정당 5~6차례 장학금을 전달하는 한편 송파구 학원연합회와 연계해 아이들이 무료로 학원을 수강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다.
후원금은 회원들의 회비와 매년 10월 한부모가정돕기 일일찻집을 열어 그 수익금으로 조달한다.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보듬는 것도 여성사랑연대의 중요한 역할이다. 회원 이미엽(45)씨는 "싱글맘들은 아이의 학업이나 진로 등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논할 사람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며 "같은 여자이자 엄마인 회원들이 아이 문제에 대해 의논 상대가 되어주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밝아지는 아이들 보며 힘내요
여성사랑연대 회원들은 바쁜 한부모 가정의 엄마들을 대신해 4년째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2009년에는 추석을 맞아 석촌동 서울놀이마당에서 '송편 빚기 1일 체험교실 및 사랑나누기' 행사를 열어 학생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송편을 빚어 쪄 먹는 시간을 가졌다. 2010년 5월에는 올림픽공원에서 환경캠페인 등을 펼쳤다. 매년 5월과 12월에는 흥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한다. 2007년 한강시민공원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한 1일 아빠 체험 행사나 2008년의 장애우 초청 행사, 2009년 배명고등학교 대강당에서 독거노인들과 함께한한부모 가정 자녀들과 1일 손자·손녀 체험 행사 등을 통해 따뜻한 정과 사랑을 나눴다.
이같은 행사를 통해 회원들은 자신들이 돕는 가정의 자녀들이 눈에 띄게 밝아진 모습을 볼 때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처음에는 고개를 숙이고 주눅이 들어 있던 아이들이 먼저 달려와 스스럼 없이 인사를 건네는 등 밝고 당당한 모습으로 성장한 것이다. 여성사랑연대에서 후원하는 50여 가정의 자녀 중 맏형 격인 김태우(24)군은 그동안 자신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고자 얼마 안 되는 공군부사관 월급을 쪼개 매월 아프리카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회원 한명순(60)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아이들이 남의 불행과 아픔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우리에게 더할 수 없는 자랑이자 보람"이라고 말했다. 여성사랑연대가 후원하고 있는 50여 가정 중 특히 11가정은 여성사랑연대 회원들에겐 가족이나 다름없다. 회원들이 후원 가정의 대소사는 물론 아이들의 고민까지도 속속들이 알고 있을 정도다. 이 회장은 "우리가 누구를 돕는다기보다는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마음의 짐을 덜어준다는 생각으로 임하다 보니 가족 이상의 돈독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문의 (02)424-8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