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관람가’ 드라마 폭력·선정성 ‘위험수위’
그렇다면 실제 TV 프로그램들은 등급표시제를 잘 지키고 있을까? 사단법인 밝은청소년은 지난 22일 여성가족부의 지원으로 실시한 ‘2010 방송물 모니터링’(8월 21일~11월 28일) 결과를 발표했다. 집중 모니터 대상은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방송사가 제작하는 TV 드라마, 영화, 예능오락, 음악방송. 대부분 어린이와 청소년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들이었다.
문제는 심각했다. 상당수의 프로그램이 폭력적이고 선정(煽情·이성의 신체에 대해 자극을 일으킴)적인 장면을 포함하고 있었다.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으로 방영되는 드라마 중 일부에선 등급과 어울리지 않는 내용과 표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모니터링 기간 중 방영된 드라마의 폭력성과 선정성 지수를 살펴보면 그 결과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폭력성 지수의 경우, ‘비폭력적(0점)’부터 ‘매우 폭력적(3점)’까지 4단계로 평가한 결과 △욕망의 불꽃(MBC, 2.5점) △도망자 플랜비(KBS2, 2.4점) △자유인 이회영(KBS1, 2.33점) △자이언트(SBS, 2.06점) △즐거운 나의 집(MBC, 2점)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같은 방식으로 평가한 선정성 지수에선 △욕망의 불꽃(2.25점) △즐거운 나의 집(2점) △성균관 스캔들(KBS2, 1.56점) △글로리아(MBC, 1.2점) △대물(SBS, 1.13점)이 1~5위를 기록했다.<표 참조>
케이블 채널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밝은청소년이 지난 9월 5일부터 11일까지 주요 케이블 채널의 심야 프로그램 50여 개를 조사한 결과, 범죄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거나 신체 훼손(毁損·헐거나 깨뜨려 못 쓰게 만듦) 등의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등 문제가 되는 장면이 다수 발견됐다.
신서정 밝은청소년 간사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아직 TV를 가려서 볼 수 있는 판단력이 흐린 상태”라며 “최근 이들의 심야 활동이 늘어나 24시간 방영되는 케이블 TV에 쉽게 노출되는 점은 그래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일일이 규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TV 프로그램의 등급은 각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정한다. 김형성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상파방송팀장은 “별도 심의를 거쳐 제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방송 내용을 간섭하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