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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열공했더니 아이도 열공하더라"

2010/12/29 09:51:54

그가 처음부터 ‘열공 엄마’ 였던건 아니다. 구 씨 역시 처음엔 다른 학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지원이에게 학습지 과외를 시키고 종합학원에 보냈다. “ 지원이가 네 살 때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다섯 살 2학기 때부턴 유치원으로 옮겼죠. 일곱 살 되던 해 여름엔 한글·수학 학습지를 시키면서 미술학원과 피아노학원에 보냈고요. 학습지 선생님은 1주일에 한 번씩 집으로 와 15분씩 아이를 가르쳤죠. ‘ 이만 하면 남부럽지 않게 교육시키고 있다’ 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오후, 구 씨는 학원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한 무리 아이들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다. 힘없이 축 처진 어깨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내 아이의 미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걱정부터 앞섰다. 그날 이후 구씨는 딸을 직접 지도해보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지원이는 책을 좋아했다. 구 씨는 독서 지도부터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당장 독서지도사 초·중급과정을 각 6개월씩 1년간 공부해 자격증을 땄다. 20차시에 걸쳐 ‘한국사 편지’ (박은봉 글, 책과 함께 어린이)를 공부한 끝에 역사논술지도사과정도 수료했다.

효과는 이내 나타났다. 글짓기 대회에 나간 지원이가 상을 도맡아 타오기 시작한 것. 지원이가 초등 6년간 받은 교내외 상은 줄잡아 60개에 이른다. 구 씨가 틈틈이 익혀둔 북아트(book art·책을 직접 만들고 꾸미는 작업) 기술도 효과를 발휘했다. 체험보고서 과제를 딸과 함께 책으로 펴내 좋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구 씨는 얼마 전부터 자신이 배운걸 다른 학부모와 나누는 데 열심이다. 딸이 다니던 연희초등에서 독서수업 명예교사로 2년간 활동했고 상담봉사에도 참여했다. 요즘은 이진아도서관 독서회 프로그램을 통해 중등논술을 배우는 틈틈이 서울시 학부모지원센터에서 학부모 상담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공부하는 엄마’ 가 되며 저 스스로 교육에 대한 생각이 많이 넓어진 것 같아요. 되새기거나 배우지 않으면 원칙이 흔들리기 쉽죠.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하는 엄마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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