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8 03:01:13
무상 급식 TV 토론에 응하지 않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서는 "시의회 다수석 뒤에 있으니 마음이 푸근한 모양인데 옳지 않은 자세", "저분이 지성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황당함을 느낀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시의회·교육청과의 화해 무드를 만들어가기 위해 조심스럽게 반응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오 시장은 시종 격앙된 목소리로 전면 무상 급식의 폐해를 성토했다.
◆"안 되는 것은 안 돼, 타협 안 할 것"
―전면 무상 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는.
"전면 무상 급식은 작년 일본 중의원 선거 때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던 자녀양육수당을 본뜬 것이다. 일본에서 이 공약으로 민주당이 승리를 했지만 정작 재정 형편이 안 돼 공약의 절반만 지급했고 엄청난 재정 부담이 생겨 국채까지 발행하고 있다. 빚내서 자녀양육수당 주는 꼴이며 이 빚은 결국 어린이들이 성장해 갚아야 한다. 전면 무상 급식도 이와 똑같다. 무책임한 기성세대의 정치 포퓰리즘이다."(자녀양육수당은 중학생 이하 자녀에게 1인당 한 달에 2만6000엔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무상 급식 예산 편성은 시의회에서 이미 끝나 토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옳지 않은 자세다. 국민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분수령이 될 무상 급식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작해야 한다. 지금 내가 이렇게 몸부림치는 것도 시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초등 3개 학년 전면 무상 급식을 하겠다고 했다.
"교육청 예산으로 자기들이 하는 것이야 말릴 방법은 없다. 학교시설 예산을 깎아 무상 급식한다는 것인데…. 하지만 현장에선 학부모들 불만이 대단하다. '우리가 언제 무상 급식해달라고 했느냐'는 목소리들이다."
―서울시가 거부하면 2012년 이후에 무상 급식 대상 학년은 더 늘어날 수 없다.
"그렇다. 서울시의회가 예산 삭감하며 압박하더라도 원칙에 어긋나는 무상 급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
◆"보편적 복지 용어 훼손 말라"
―김문수 경기지사는 친환경 급식 지원으로 정치적 타협을 꾀했다.
"한나라당의 복지 가치, 보수의 복지 가치를 지켜가는 정치인이 적어도 한 명은 있어야 한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으로 지켜가는 정치인이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 한다. 이런 나를 두고 정치력 없다고 한다면 감수하겠다."
―무상 급식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해 뱃길, 한강 르네상스 등 서울시 중점 사업을 민주당이 전액 삭감한다고 했는데도 타협할 수 없나.
"안타까운 건 사실이지만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민주당 시의원들과 교육감은 전면 무상 급식을 '보편적 복지'의 예로 들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보편적 복지'의 개념을 훼손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란 필요한 계층에 필요한 만큼의 혜택을 주는 것인데 그들의 주장은 '현금 살포 복지', '현금 나눠주기식 복지'다. 소득에 상관없이 동일한 혜택을 준다면 어떻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가."
―저소득층에만 무상 급식을 하면 해당 학생들이 상처를 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거짓말이다. 교육과 복지 전산망을 통합하면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신청하는 절차가 사라지고 동주민센터에서 하게 되므로 아이들에게 낙인감이 생기는 문제가 사라진다. 이렇게 제도로 풀 수 있는 것을 민주당이 법안 상정도 하지 않고 무상 급식이라는 돈으로 풀려 한다."
◆"필요한 저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을"
―무상 급식에 반대하면 어떤 복지정책을 펴야 하나.
"지난 4년 동안 '퍼주기식 복지'에 대한 대안으로 서울형 복지를 제시했다. 열심히 일해서 스스로 일어서려는 저소득층 서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 자립·자활을 유도하는 복지가 기본 개념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서울시가 지난 2007년 도입한 '희망플러스통장' '꿈나래통장' 등이다. 희망플러스통장은 본인이 매달 10만~20만원씩 3년 동안 저축하면 서울시와 민간 후원 기관들이 같은 액수를 적립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자립을 위한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2만6500가구가 가입하고 있으며, 정부도 '희망키움통장'으로 벤치마킹했다. 노숙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희망의 인문학 강좌'도 있다."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맞춤형 복지로 한국형 복지를 얘기했다. 이는 무상 급식으로 대변되는 민주당의 '퍼주기식 복지'에 반대하는 맥락으로 해석된다. 오 시장이 이미 시행 중인 '서울형 복지'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은데 뭐가 다른가.
"'박근혜식 복지'는 체계가 다 발표돼야 무엇이 차별화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표가 공청회에서 선보인 사회보장기본법은 읽어보면 총론만 있고 각론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차별화됐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그보다는 다음 대선에서 마치 복지를 화두로 삼아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 시장은 "교육감 말대로 무상 급식 대세가 기울어져 간다는 걸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아무리 협상을 하더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광역지자체에서 통과·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 전선까지 무너지면 기정사실화되어 국가 장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한숨을 쉬더니 전사(戰士)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혼자 싸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도 많은데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중앙당(한나라당)과 동료 단체장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느냐"고 묻자 오 시장은 "싸움 붙이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