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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아동 방치 딜레마] "일하자니 애들 망가지고, 돌보자니 살길 막막하고"

2010/12/11 03:00:23

막내 영미를 낳고 바로 호떡 장사를 시작한 김씨는 영미를 생후 6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맡겼다. 팬티에 대변이 눌어붙은 채 돌아오거나 집에서 챙겨 간 감기약 봉지가 다른 아이의 피부약 봉지와 바뀌어 오는 일도 있었다.

2년 남짓한 기간에 어린이집을 다섯 번이나 바꿨다. 그러는 동안 영미에게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벽에 머리를 쿵쿵 찧으며 자해(自害)하고, 낯선 사람을 보면 겁을 먹고 숨었다. 또래보다 언어 발달도 심하게 늦었다.

영미만이 아니었다. 첫째 영훈이는 중학교 입학 때까지만 해도 평균 90점대 중상위권이었고, 반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가 장사를 시작한 이후 영훈이 성적은 가파르게 떨어졌다. 친구들이 학원으로 갈 때 영훈이는 엄마 대신 집안일을 하고 지능 장애가 있는 동생 영호와 어린 영미까지 돌봐야 했다. 지금 영훈이의 반 성적은 뒤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 "학교생활은 어떠냐"고 묻자 영훈이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현재 정부는 영훈이 같은 저소득층 아동이 방과 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연간 30만원가량의 바우처(무료 수강권)를 지급하고 있지만 이 금액으로는 연간 들을 수 있는 과목이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도움 주지 못하는 정부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 영호는 지적장애 2급이다. 지능 수준은 네 살. 의사는 "한창 지능 발달이 되는 영·유아기 때 발달에 필요한 자극을 덜 받은 것이 지능 저하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했다. 영호가 어릴 때부터 일하느라 바빴던 엄마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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