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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형문화유산 '매사냥 전승자' 박용순 응사 "매도 표정으로 마음 드러낸답니다"

2010/12/15 09:47:25

“매사냥이 세계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단 소식을 듣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선배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매사냥을 전수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그 덕택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그 이후 달라진 게 없어요. 매사냥이 활성화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산에 놀러 갔다가 작은 매인 ‘새매’ 를 잡아 기르면서 매에 대한 흥미를 키웠다. 본격적으로 매사냥에만 몰두한 건 지난 2000년. 대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부터다. 그전까지 그는 전기·소방 분야 1급 자격증을 가진 기술자였다. “회사에 매를 데리고 출근할 만큼 평소에도 매와 가까이 지냈지만 문화재로 지정된 후 더 책임감을 느꼈어요. 매와 더 잘 교감하려면 다른 직업을 갖는 게 불가능하기도 했고요. 현재 고정 수입이 없어 생활이 어렵지만 자부심을 갖고 산답니다.”

박 응사는 매일같이 이곳으로 출근해 매사냥에 관한 옛날 자료를 공부하고 오후가 되면 매를 훈련시킨다. 그가 기르는 매는 총 네 마리. 송골매 ‘초롱이’(3세)와 참매 ‘비호’(3세)· ‘장군이’(2세)· ‘응순이’(1세)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송골매는 흑진주색 눈 등 귀공자처럼 우아한 기품을 뽐내고 참매는 장군처럼 늠름한 모양새를 가졌다”며 자랑했다.

◆매사냥은 자연 섭리 배우는 스포츠…“직접 도전해보세요”

이날도 오후가 되자 어김없이 응방 마당에서 매사냥 훈련이 시작됐다. 첫 순서는 막내 응순이였다. 박 응사가 “호~”하고 소리를 지르자 매가 횟대를 박차 올라 하늘로 솟구쳤다. 힘차게 퍼덕이는 날갯짓 소리와 함께 시치미〈키워드 참조〉에 달린 방울이 딸랑거렸다. 잠시 후 매가 그의 왼손 위에 올라 먹이를 뜯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먹이를 줄 때마다 특정한 소리를 인식시켜 그 소리로 매를 길들인다”고 말했다. “야생 매를 잡아 길들일 땐 밤낮 가리지 않고 손으로 만져주는 게 중요합니다. 환경이 바뀌는 건 매에게도 무척 두려운 일이거든요. 하지만 정성껏 보살피다 보면 사납던 매도 어느샌가 마음을 열죠. 그럴 때 가장 뿌듯해요.”

하지만 매는 본래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애써 길들여놔도 어느 순간 야생으로 돌아가곤 한다. 박 응사도 몇 번이나 매를 놓쳤다. “한날은 밤에 매를 훈련시키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트랙터 소리에 놀란 매가 산을 넘어가 버렸죠. 눈앞이 깜깜했답니다. 매는 그렇게 날아가 버리면 잘 돌아오지 않거든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자 싶어 매가 도망간 산에 올라 달빛 아래서 매를 불렀죠. 그런데 정말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매가 방울 소리를 내며 날아오더라고요. 감동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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