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1 16:25:49
지난 19일 오후, 일찌감치 경기를 끝내고 귀국한 장윤정 선수를 그의 모교인 경북체고(경북 경산)에서 만났다. 검게 그을린 피부, 채 아물지 않은 무릎 부상 탓에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는 그간의 노력을 한눈에 짐작하게 했다. 하지만 장 선수는 “메달을 따서 괜찮다”며 환하게 웃었다.
-우선 동메달 따신 것 축하드립니다. 아직 실감이 안 나시죠?
“감사합니다. 좀 얼떨떨해요. 귀국 직후 경산 길거리를 지나는데 절 알아보고 축하 인사를 건네는 분이 계셨어요. 그럴 때면 실감 나죠. 물론 메달을 보면 더 실감나고요.” (웃음)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수영 선수였어요.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했는데 고3 때 그만뒀죠. 부상도 잦고 운동도 힘들고. 대학에 진학한 지 얼마 안됐을 때 김규봉 경북체육회 감독님께서 ‘트라이애슬론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계속 거절했는데 ‘그냥 취미 삼아 한번 해보자’며 설득하셨어요. 그러다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네요.”
-그럼 스무 살 때 처음 시작했다는 말인데요.
“네. 취미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운동하는 게 재밌었어요. 사이클을 탈 때도 속도에 욕심 내기보다 하이킹 하며 여행 다닌다는 생각으로 연습했거든요. 수영과 달리기 훈련을 할 때도 기록에 연연하지 않았고요. 재미를 느끼며 하다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첫 입상은 언제, 어느 대회에서였나요?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하고 6개월 후에 열린 전국체전에서 2위를 했어요. 다음 해 우승으로 올라선 후 올해까지 3연패했죠. 작년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비치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땄어요. 그때 감독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내년엔 광저우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보자’고요.”
-무릎은 어떻게 다치게 된 건가요.
“올 7월에 유럽 전지훈련을 갔을 때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아시안게임은커녕 전국체전 출전도 불투명한 상황이었어요. 의사도 운동을 쉬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한 달 정도 쉬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그래서 9월 훈련에 복귀해 10월 전국체전에 나갔어요.”
-광저우에 도착했을 때 기분은 어땠어요?
“음. 식당에 햄버거가 있다는 사실이 좋았어요. 원래 시합 전엔 햄버거처럼 칼로리 높은 음식은 멀리해야 하거든요. 대신 시합 뛰기 전엔 식사 때 고기를 계속 보충해줘야 하죠. ‘햄버거 안에도 고기 있다’며 감독님을 설득해 햄버거를 먹었어요.”(웃음)
-결승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수영과 사이클에서 무조건 1등으로 나가자는 게 작전이었어요. 무릎이 좋지 않아 마라톤에서 뒤처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평지라면 무릎에 무리가 덜 갈 텐데 이번 대회 마라톤 코스엔 오르막과 내리막이 너무 많았어요. 내리막길을 뛸 땐 무릎이 부서질 정도로 아팠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제 앞에 두 명이 있었어요. 뒤에서도 몇 명이 쫓아오고. 그때부터 메달을 따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악물고 달렸어요. 결승선이 보이는 순간, ‘해냈다!’ 싶더군요. 그러곤 도착하자마자 쓰러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