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2 00:29:52
◆안철수 KAIST 석좌교수
“나눔은 내가 사회로부터 받은 걸 되돌려주는 일”
나눔은 많이 가진 사람이 적게 가진 사람에게 베푸는 게 아닙니다.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입니다. 나눠주는 사람과 그걸 받는 사람은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입니다. 크게 성공한 한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그 사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 사람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그 사람에게 준 기회와 여건 덕분이기도 합니다.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며, 어떤 성공도 결코 100% 개인의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받은 많은 걸 다시 사회에 되돌려줄 책임이 있어요.
학교생활을 한번 돌아보세요. 교과서를 만들어주시는 분, 공부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맛있는 급식을 준비해주시는 영양사 선생님 덕분에 우리가 편안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사람들은 이처럼 알게 모르게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돼 많은 혜택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받은 걸 어떻게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을까요? 부모님께 받는 용돈의 일부를 기부할 수도 있겠고, 생일파티 열 돈을 아껴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도 있을 거예요. 비단 돈뿐 아니라 시간과 재능 등도 훌륭한 나눔의 소재가 될 수 있답니다. 이 중에서 여러분이 나눌 수 있는 걸 찾아 창의적인 방법으로 실천해보세요. 나눔이 더욱 풍성해지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기대해봅니다.
◆이선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소년팀장
“500원은 나눔의 끝이 아니라 시작”
500원의 기부금으로 한 어린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500원이면 얼마든지 예방약이나 주사제를 사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거든요. 하지만 어렵게 살아난 그 아이의 미래까지 해결됐다고 볼 순 없어요. 굶주림과 추위, 식수 문제 등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죠. 단순히 하나의 생명을 구하는 데 필요한 돈은 500원이면 충분해요. 하지만 그들이 인간답게 성장하려면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500원은 나눔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죠.
최근 들어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를 1대 1로 후원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무척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후원받는 사람을 불쌍하게 바라보거나 가엾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거죠. 후원자 중엔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쇼핑하듯 후원 대상자로 고르는 분이 적지 않거든요. 나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상대의 인격을 모독해선 안 됩니다. 후원받는 어린이도 어엿한 하나의 인격체니까요. 그들 역시 내 친구나 형제자매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란 사실, 절대 잊지 마세요!
◆김어준 딴지일보 대표
“나눔의 뿌리는 동정심·죄책감이 아닌 따뜻한 마음”
예전에 터키 여행길에서 한 아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배가 무척 고파 보여서 제가 먹으려고 싸온 샌드위치를 나눠줬어요. 그 아이가 샌드위치를 하도 빨리 먹어치워 제가 먹으려던 분량까지 내어주게 됐죠. 비록 말은 하나도 안 통했지만 우리는 각자의 언어와 손짓으로 한참 동안 대화를 했답니다.
헤어질 시간이 됐는데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나중엔 배낭과 비상금까지 쥐여주고 헤어졌습니다. 그 아이가 불쌍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어요. 그냥 ‘사람 대(對) 사람’으로 마음이 통한 거죠. 그 아이에게 감정 이입이 됐던 겁니다.
그때 이후 ‘나눔은 공감(共感)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를 온전히 이해하는 감정을 말합니다. 물론 돕지 않는다고 해서 죄짓는 기분을 느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나눔은 동정심이나 죄책감이 아닌 따뜻한 마음에서 출발하는 거니까요.
[그림으로 보는 나눔] 나눔을 하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