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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좇는 인터뷰] 길 그림으로 서울아트페어 입상한 편지원 군 <충남 천안 오성초등 4년>

2010/11/09 10:05:50

◆미술 전공 부모님도 놀란 색 감각

아이들의 그림은 대부분 비슷해. 동물이나 사람, 집 같은 걸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지만 지원이는 달랐어. 지원이 그림 속 주인공은 오로지 ‘길’이었거든.

스케치북에 연필로 길을 그리곤 하던 어느 날, 아빠가 색칠도 한번 해보라고 말씀하셨어.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등이 어우러진 알록달록한 그림이 완성됐지. 미술을 전공한 엄마·아빠 눈에도 색의 조화가 참 예뻐 보였어.

처음에 부모님은 반신반의(半信半疑·얼마쯤 믿으면서도 한편으로 의심함)하셨어. ‘어쩌다 보니 색을 잘 맞춘 거겠지’라고 생각하신 거지. 하지만 지원이의 색감(色感·색에 대한 감각)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어. 결국 부모님은 지원이가 3학년에 올라갈 무렵, 작은 캔버스와 아크릴 물감을 사주셨어. 스케치북에만 남기기엔 지원이의 그림이 아깝다고 생각하신 거야.

◆“초대전까지 치른 어엿한 화가예요”

이듬해 봄, 부모님은 지원이의 작품을 서울오픈아트페어(SOFA)에 보냈어. 역량 있는 젊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이었지. 미술 대학 재학생을 비롯해 200명이 넘는 참가자가 몰린 이 행사에서 지원이의 작품이 상을 받았어. 최연소 입상이었지. 주최 측은 나중에서야 지원이가 열 살 꼬마란 걸 알고 무척 놀랐다고 해. 놀라긴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어.

공모전 입상 후 지원이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그림의 완성도는 조금씩 높아졌어. 그리고 지난해 겨울, 한 갤러리의 제안으로 올 6월 초대전을 치렀어. 초대전이란 갤러리에서 모든 비용을 대는 전시회를 뜻해. 전문 작가들도 갤러리의 초대를 받긴 쉽지 않지.

‘편지원의 길 그림전(展)’이란 이름으로 엿새간 열린 전시회에 지원이는 최소 8호부터 최대 50호에 이르는 아크릴화 12점과 드로잉(drawing·채색하지 않고 선으로 이뤄진 미술작품) 수십 점을 내놓았어. 6개월 동안 매일 적게는 1시간에서 많게는 4시간씩 캔버스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내놓은 땀의 결과물들이었단다.

◆“부모님 도움 안 받았니?” “전혀요”

첫 번째 초대전에서 지원이의 작품은 여섯 점이나 팔려나갔어. 물론 아는 분이 사주신 것도 있지만 전혀 모르는 분이 사간 그림도 많대. SOFA 특별전에 내놓은 그림 두 점도 모두 팔렸지. 지난달부턴 경기도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한 점이 팔렸다고 해. 그림 값은 한 점당 수십만원까지 가기도 한다니 이만 하면 어엿한 ‘인기 작가’지?

사람들은 가끔 지원이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 미술을 전공한 부모님의 손길이 작품에 더해진 게 아니냐는 거지. 지원이의 대답은 항상 간단해. “아닌데요?” 그리곤 웃는대. 부모님 도움 어쩌고 얘기하는 것부터가 작품의 높은 완성도를 말해주는 거니까 내심 기분이 좋은 거지. 미술대학 교수인 아빠 또한 “부모만 간섭하지 않으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늘 말씀하시곤 해.

얼마 전부터 지원이는 자연 재해(災害)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조금씩 그림의 주제를 넓혀나가고 있는 거지. 물론 지원이 특유의 색감은 여전해. 내후년쯤엔 두 번째 개인전도 열 생각이라는구나. 그땐 지금보다 훨씬 더 멋진 그림을 볼 수 있겠지?

김종학 교수가 어린이 화가 지원이에게

"전시·음악회 등 문화로 감성 키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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